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의 칼날을 대림그룹 쪽으로 겨누고 있다.
대림그룹을 징검다리 삼아 대재벌의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손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림그룹 직권조사에 재벌대기업 다수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대림그룹을 발판삼아 다른 곳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4일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대림그룹 내부거래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재벌개혁은 상위 4대 재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왔다. 공정위의 조사역량에 한계가 있고 재벌 사이에 양극화가 일어나 상위 재벌과 하위 재벌을 같은 잣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3월부터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를 벌여왔는데 일감몰아주기 규제 역시 상위 그룹부터 손을 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잠재적 조사대상 그룹이 두자릿수”라면서 “현실적으로 다 조사할 수 없어 한자릿수 이내로 압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놓고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데 상위 재벌을 먼저 고려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대림그룹이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직권조사 대상이 되자 다소 의외라는 말이 나온다. 대림그룹은 재계 순위 18위로 대재벌과 거리가 있다. 앞서 공정위 조사대상이 된 하림그룹의 경우 최근 편법증여 논란이 일었으나 대림그룹은 딱히 주목을 받은 일도 없다.
대림그룹 일감몰아주기가 일종의 전형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에 전산업무를 몰아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림그룹은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활용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해운물류와 IT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의 20.1%인 5236억 원을 내부거래로 거둬들였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 19.60%를 보유하고 있어 대림그룹 지주회사격이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26%를 보유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 부회장은 2015년 개인회사였던 대림I&S가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하면서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림I&S의 내부거래비중은 한때 78.1%까지 높았으나 합병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11.9%로 줄었다.
당시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는 이들이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8년 대림그룹이 비슷한 방식으로 이 부회장 개인회사인 대림H&L과 합병했을 때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SI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경영승계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재계 안팎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를 감안해 공정위가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 출범을 앞두고 정지작업으로 대림그룹 조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단 시장감시국 차원으로 대림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조사에서 성과를 내고 기업집단국에서 이와 유사한 삼성그룹과 SK그룹 등 상위 재벌 조사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삼성에버랜드는 계열사 건물관리와 단체급식 등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이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와 합병해 제일모직으로 간판을 바꾼 뒤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해 사실상 지주회사 지위를 얻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C&C에 그룹 계열사 전산업무를 몰아주면서 몸집을 키웠다. 역시 2015년 SKC&C와 SK가 합병하면서 최 회장은 SK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확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