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사장이 현대글로비스 홀로서기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계열사 물량을 늘려왔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3분기에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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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
정의선 효과로 승승장구했던 현대글로비스 주가도 앞으로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퍼지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27일 전일보다 3.96% 떨어진 27만9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이슈가 부각되면서 지난해 말 23만 원대에서 올해 들어 최고 33만7천 원까지 올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 가운데 황제주로 꼽혔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24일 시장기대에 못 미치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더욱 떨어졌다.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에 매출 3조5204억 원, 영업이익 1573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8.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4% 떨어지면서 시장 전망치(1천663억 원)를 밑돌았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율은 4.5%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이날 3.65% 떨어진 29만500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 실적이 원화강세 탓에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3분기에 해외 물류 및 무역사업 부문에서 성과가 있어 매출이 늘어났지만 반조립제품(CKD) 수출 과정에서 원화강세 등 환율의 영향을 받아 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 물류를 담당하는 2자 물류회사로 자동차 운반선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 물량 덕분에 단기간에 몸집을 키울 수 있었지만 최근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3자 물류(비계열사 물류)를 늘리며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3자 물류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성장통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증권가는 입을 모은다. 현대기아차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현대글로비스가 더 이상 현대기아차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된 상황도 현대글로비스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돈 것은 환율과 완성차 업계 파업 영향”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4분기 영업이익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연구원은 “내년까지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비계열 매출의 증가로 매출액 증가 대비 영업이익 개선 속도는 더딜 것”며 “본격적 이익 성장세는 2016년에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 연구원도 “기타유통 및 3자 매출부분은 성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아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2016년 기아차 멕시코 공장 증설에 따른 반조립(CKD) 외형 성장 및 배선권 확대에 따른 완성차 해상운송 부문의 성장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기대를 모았던 한국가스공사 LNG 수송전에서 1척 수주를 예상하였으나 탈락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진행한 LNG선 운송선사 선정을 위한 본입찰에서 탈락하자 3자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을 배경으로 한 안정적 성장과 중장기적 기업가치 증대는 이론이 없다”며 “비계열사 물량확대에 따른 원가율 상승과 내년 주당순이익의 하락 등 성장성 둔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