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애플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손을 잡으며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애플이 앞으로 SK하이닉스에 생산투자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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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최근 애플이 부품업체를 직접 지원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SK하이닉스도 이전부터 낸드플래시에서 외부업체와 협력을 꾸준히 모색해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31일 “애플은 이전과 같이 부품업체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추진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며 “도시바 반도체 인수참여도 이런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NHK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일본 정부펀드와 미국 사모펀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도시바 반도체 인수 컨소시엄에 합류를 결정하며 약 3조 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사업 매각이 시급한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에 매각을 결정하며 법적분쟁을 가까스로 멈춘 만큼 인수자를 웨스턴디지털에서 SK하이닉스 컨소시엄으로 다시 변경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애플이 대만 홍하이그룹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데 이어 다시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중요한 행보로 평가된다. 낸드플래시업체와 협력 필요성을 높게 사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이번에 인수전에 참여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낸드플래시 협력사와 마찰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섰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제품경쟁력 확보에 힘쓰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많이 받고 있다.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8’에는 최초로 512기가 내장메모리도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서버분야에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며 내년부터 공급부족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애플은 전략적 협력사를 확보해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추진하는 과제가 다급해졌다.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이미 애플은 비슷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실질적으로 공급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뿐인 상황에서 심각한 물량부족이 벌어질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에 대응해 LG디스플레이와 같은 올레드패널 후발업체에 생산투자금액을 대폭 지원하며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약속받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미 애플은 과거 LCD패널 수급 안정화를 위해 디스플레이업체에 직접 기술과 투자를 지원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기판 등 다른 부품공급사에도 생산장비 등을 직접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서 애플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다른 낸드플래시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 생산투자여력이 충분한데다 스마트폰사업 경쟁사인 만큼 협력가능성이 낮다.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를 제외하면 애플의 기존 낸드플래시 공급업체는 SK하이닉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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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SK하이닉스는 2015년에 중국 반도체기업에 투자를 제안받고 지난해부터 미국 하드디스크업체 씨게이트와, 올해 인수전 참여를 통해 도시바와 협업을 추진하는 등 꾸준히 외부협력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며 외부 협력사를 찾는 데 갈수록 고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낸드플래시에서 경쟁사보다 비교적 입지가 취약한데다 투자규모도 뒤처지고 있어 독자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플이 다른 부품협력사와 같이 SK하이닉스에 생산투자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협력을 시도한다면 SK하이닉스는 투자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아이폰에 3D낸드의 탑재비중을 높이며 삼성전자에 부품공급 의존을 높이고 있다. 3D낸드에서 기술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를 통해 부품공급사 다변화를 시도할 필요성이 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외부업체와 협력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투자를 지원받는 등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