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현대자동차에서 KB국민카드로 차를 살 수 없게 된다. 현대차가 KB국민카드에 가맹종료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자동차복합할부금융 수수료 인하를 놓고 현대차와 카드업계의 갈등이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차량구매 고객의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KB국민카드에 이달말 가맹점 수수료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국민카드로 현대차 대리점에서 차량을 구입할 수 없다.
현대차는 “두달 동안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재협상을 요청했지만 KB카드가 사실상 협상을 회피해 왔다”며 “계약기간을 한 달 유예해 협상하자는 요청에도 답변이 없어 불가피하게 계약종료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다만 “남은 계약기간에 양측이 협상에 노력을 기울여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결론이 도출되면 계약이 지속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결제액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이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로 납부하는 상품이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가 높다고 보고 현재 1.9%(국민카드는 1.85%)인 수수료를 0.7%로 낮추도록 요구해 왔다. 고객이 차량대금 2천만 원을 카드로 결제할 때 수수료로 38만 원을 챙기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은 특정 가맹점의 수수료만 인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정 가맹점 수수료만 낮출 경우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현대차는 물론 카드사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현대차는 2011년 11월에도 카드사에 신용 및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적이 있다.
국내 자동차 판매 금융거래 가운데 복합할부 비중은 2010년 4.4%에서 지난해 14.8%까지 증가했다. 수수료도 2010년 164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872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현대차는 KB국민카드 등 카드 업체들과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한 개별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종료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 현대차에 대한 가맹점 매출은 4천억 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복합할부 매출은 72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내년 2월 신한카드, 3월 삼성카드와 가맹점 계약이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들 카드사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나 적정 가맹점 수수료율을 1.5~1.9%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으로 대형 신용카드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강요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현대차에 조정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