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왼쪽)와 래리 페이지 구글 CEO(오른쪽) |
무인항공기 ‘드론(drone)’이 뜨고 있다. 글로벌기업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드론은 자체 동력을 갖추고 있지만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항공기를 말한다. 아직은 주로 군사용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업적 활용가치가 부각되면서 여러 업체들이 드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드론은 특히 물류사업의 혁신을 일으킬 주역으로 지목된다.
드론을 활용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다. 일반도로가 아닌 ‘하늘 길’을 이용하므로 교통체증을 걱정할 필요없이 신속하게 물건을 배달하게 된다.
드론을 놓고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업이 바로 아마존과 구글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드론을 미래의 ‘택배직원’으로 꼽고 먼저 배송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베조스 ‘드론 배송’ 선점하겠다 자신
드론을 활용한 무인 배송시스템 경쟁에 먼저 불을 댕긴 쪽은 아마존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지난해 12월1일 드론을 활용한 배송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조스는 “우리는 드론을 통해 물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수년 동안 연구해 왔다”며 “주문 후 30분 안에 소비자 집 앞마당까지 배송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베조스가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고 소개한 이 서비스는 프로펠러가 8개 달린 ‘옥토콥터’라는 드론을 활용한다.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물류센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옥토콥터가 노란색 상자에 실린 물건을 배송지까지 자동으로 배달한다.
아마존에 따르면 옥토콥터는 최대 5파운드(2.36kg)의 물건을 물류창고로부터 반경 16km 이내의 지점까지 배달할 수 있다.
베조스는 드론을 통한 배송이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4~5년 안에 드론 배송을 상용화한다는 것이 베조스의 계획이다.
베조스는 “드론을 활용한 배송은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라며 “드론을 통해 아마존 전체 택배 물량의 86%를 차지하는 5파운드 미만 화물들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 7월 규제당국인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서한을 보내 무인기 택배서비스의 시험운용 허가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아마존은 서한에서 “소비자들은 아마존이 추진하고 있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에 만족할 것”이라며 “프라임 에어 서비스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지난 8월 호주에서 시험비행에 성공항 '구글X' 팀의 드론 |
◆ 구글 ‘프로젝트 윙’으로 아마존에 맞불
미국에서 아마존에 맞서 택배전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도 드론을 통한 무인기 배송서비스에 뛰어든 상태다.
구글은 지난 8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호주 퀸즐랜드의 한 농장에서 드론을 띄워 물과 의약품, 애견사료 등을 목적지에 배송하는 실험영상을 공개했다. 구글은 이를 ‘프로젝트 윙’이라고 이름 붙였다.
구글이 공개한 드론은 날개 길이가 약 1.5m이고 무게가 8.5kg이다. 이 드론에 4개의 프로펠러가 장착돼 있는데 이를 이용해 헬기처럼 별도의 활주로 없이 이착륙할 수 있다.
구글은 비밀연구소인 ‘구글X’를 통해 지난 2012년부터 프로젝트 윙을 추진해 왔다. 구글은 2년 전 드론 제어시스템 제조업체인 안테나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데이브 보스를 프로젝트 윙의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구글은 “드론을 활용한 물건배달은 기존방식보다 훨씬 저렴하고 속도는 빠르며 환경 친화적”이라며 “드론은 배송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아직 아마존처럼 드론을 상업용 배송서비스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구글은 드론을 통해 의약품 등 긴급구호물자를 필요한 곳에 신속히 배달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글 역시 조만간 드론을 통한 상업용 배송서비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구글이 테스트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아마존과 드론 배송에서 경쟁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도 드론을 상품배송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데이브 보스는 “2년 정도의 시험을 거쳐 연구단계를 마치고 제품화로 갈 것”이라며 “곧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드론, 택배전쟁의 핵심으로 떠올라
아마존과 구글이 앞다퉈 드론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현재 벌이고 있는 배송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최근 당일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적용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워싱턴DC와 뉴욕시,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댈러스, 인디애나폴리스 등 6곳을 당일배송 서비스 가능지역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 당일배송이 적용되는 미국 내 도시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피닉스 등 기존 4곳에서 10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식품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에도 당일배송을 적용하고 있다.
아마존 프레시는 아마존에서 50만여 가지 신선식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매일 오전 10시 이전에 총 35달러 이상을 주문한 고객은 주문당일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 17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서비스 가능지역은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4개 도시로 확대됐다.
구글도 아마존의 당일배송 서비스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구글은 지난 14일 배송서비스인 ‘구글 익스프레스’의 당일배송 서비스 가능지역을 시카고와 보스턴, 워싱턴DC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만 가능했다.
당일배송 경쟁에서 핵심은 속도다. 누가 더 신속하게 상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하느냐에 따라 택배전쟁의 승리자가 결정된다.
문제는 트럭 등 차량을 활용한 기존 배송방식만으로 당일배송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처럼 땅덩이가 넓은 국가의 경우 육로로 모든 물건을 주문당일 배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과 구글은 모두 드론을 해답으로 지목했다. 드론은 교통체증 같은 도로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도로가 없어 사람이 직접 가기 어려운 오지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아마존의 드론 배송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에어'에 활용되는 '옥토콥터' |
◆ 드론 통한 비용 절감에 큰 기대
아마존과 구글이 드론을 배송에 적용하면서 기대하는 또 하나의 효과는 비용절감이다.
아마존은 미국 22곳에 물류센터를 짓고 2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40억 달러를 물류시스템 구축에 투자했다. 아마존의 물류시스템 투자액은 매년 40%씩 늘어났다.
아마존은 당일 또는 익일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월마트와 이베이 등 미국 내 유통공룡들과 맞서려고 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일요일 배송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우체국(USPS)과 손잡았다.
하지만 배송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마존은 수익성 악화라는 고민을 떠안게 됐다. 지난해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의 경우 -0.1%를 기록했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배송 서비스에 대대적 투자를 집행한 것이 아마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로봇 이코노믹스의 대표 콜린 루이스는 “아마존이 지난해 택배기사 임금과 차량 등 배송서비스에 들인 돈만 66억3500만 달러였다”며 “반면 아마존이 배송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30억970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 동안 아마존의 배송서비스 부문 손실액은 88억2900만 달러나 된다.
루이스는 아마존이 드론 배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배송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아마존의 건당 배송비용은 약 2~8달러로 추정된다”며 “드론을 활용할 경우 배송비용은 최저 수준인 2달러까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