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이 승진하자마자 막중한 과제를 맡게 됐다. 동부특수강 인수를 성공시키는 일이다.
현대제철은 당진 특수강공장 착공으로 특수강 상공정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동부특수강 인수를 통해 하공정시장까지 진출하려고 한다.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그룹 수직계열화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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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그러나 현대제철의 특수강사업 확대에 대해 관련 영세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세아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동부특수강 몸값도 크게 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와 함께 인수의향을 밝힌 동일산업은 본입찰을 앞두고 현재 예비실사를 진행중이다. 본입찰은 오는 23일 진행되며 24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이후 11월부터 2개월 간 실사를 진행해 내년 1월쯤이면 인수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수강 하공정시장은 세아특수강이 40%, 동부특수강과 대호피앤씨가 각각 20%씩, 나머지 중소업체가 한자리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동부특수강 인수를 통해 특수강 하공정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경우여서 공정거래법상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한 개 회사가 관련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거나 3개사가 75% 이상을 점유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된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지난 4월 당진공장 착공을 통해 특수강 상공정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동부특수강까지 손에 넣게 될 경우 업계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당진 특수강공장은 2016년 2월부터 연간 봉형강 60만 톤, 선재 40만 톤을 생산하게 된다.
특수강 선재의 경우 하공정을 거쳐 너트나 볼트를 생산하는 파스너(fastener)회사로 공급된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파스너회사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이에 낀 상태가 되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파스너회사들은 대부분이 영세업체들이다. 파스너회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납품업체에 현대제철 제품을 쓰게 할 수도 있다”며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며 납품업체의 힘이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아그룹의 경우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뒤 세아특수강과 합병하게 되면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르러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입장에서 동부특수강을 손에 넣더라도 시장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당장에 동부특수강 몸값이 치솟고 있는 점도 우 부회장의 고민거리다.
동부특수강 인수가격은 애초 2천억 원대로 예상됐지만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이 맞붙게 되면 최대 3천억 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동부특수강 인수에 무리한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예상가를 고려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특수강 하공정시장 진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장 2016년 초부터 상공정공장이 가동되기 때문에 특수강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동부특수강 인수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현대제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모두 8638억 원으로 자금여력은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특수강 인수에 나선 후보 가운데 현대제철만 하공정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대제철 견제 차원에서 인수에 나선 세아그룹도 회사의 생존이 달린 만큼 인수전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