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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여름휴가 도중인 지난달 31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상원사길을 걸으면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떠나자 야당들이 당장 돌아와야 한다고 공격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반도 8월 위기설' 등이 국제적으로 나오는 불안한 상황인데 대통령의 존재감이 없다”며 “휴가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한국과 미국 정상이 통화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휴가 중에 오대산을 오른 점을 언급하면서 “한가하게 등산하고 그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소위 ‘이벤트쇼’ 정치를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현실에 조속히 복귀해 상황에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과 함께 안보까지 휴가를 보낸 문재인 정부의 무개념 안보의식과 국정운영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며 “(문 대통령의 휴가로)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연석회의에서 “지금 코리아 패싱, 한국이 (국제적으로) ‘왕따’ 당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휴가 중”이라며 “휴가를 빨리 중단하고 복귀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7월30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다. 북한이 7월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휴가를 취소하거나 미루지 않았다. 휴가에서 복귀하는 5일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련해 통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의제도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수 없어 그런 부분을 조율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휴가를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코리아 패싱이라고 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PBC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업무에 충분히 긴장하고 주의하면서 상황을 보고 필요한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통령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옹호했다.
문 대통령은 6월에 “올해 연차휴가 21일을 모두 쓰겠다”고 밝혔다. 취임 직후인 5월에도 연차를 하루 써서 화제가 됐다. 근무시간 축소를 공약했던 만큼 휴가를 쓰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조치로 보인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매년 7월 말~8월 초에 3~5일 정도 휴가를 가는 정도에 머물렀고 그나마 각종 사건의 여파로 청와대에서 ‘방콕 휴가’를 보내는 일이 잦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가 확산되자 여름휴가를 아예 취소하기도 했다.
외국 수장들은 대체로 한국 대통령보다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연차규정이 따로 없고 휴가 시기와 일수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지 100일 안에 휴가를 일곱차례 다녀왔다. 전임 대통령 3명의 8년 임기동안 휴가일수를 살펴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174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490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217일에 이른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수장들은 2~3주 동안 여름휴가를 간다. 현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3주로 예정된 휴가를 각각 즐기고 있다.
일본 총리의 경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매년 2주 정도 휴가를 떠났지만 후임자들은 3~6일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면서 다시 2주 휴가로 돌아왔다.
중국 공산당 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 인사들은 매년 여름마다 허베이성에 있는 휴양지 베이다이허에 모여 비공개 회의를 여는데 이때 여름휴가를 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기간은 대략 10일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