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경영승계)과 관련해 검토를 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메모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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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가운데 삼성그룹 경영승계와 관련해 A4 크기 용지 2장의 메모를 작성한 인물이다.
그는 2014년 6월부터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당시 우 전 수석은 상급자인 민정비서관이었다. 그가 메모를 작성한 시기는 2014년 7~9월 사이로 추정된다.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1. 우리경제 절대적 영향력 2. 유고 장기화 삼성 경영권 승계 가시화 국면’ ‘삼성의 현안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삼성의 국가경제 기여 방안 모색’,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삼성 구체적 요망사항 파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박영수 특검 측이 “(메모가)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유고가 장기화돼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고 이 부회장 체제의 조속한 정착이 필요해 정부가 도와주고 삼성이 국가경제에 기여하게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 초안이 맞냐”고 묻자 이 전 행정관은 “검찰에서 진술한 그대로”라고 동의했다.
이 전 행정관은 메모 내용에 관해 검찰조사를 받을 때 “당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하면서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많이 거론됐다”며 “그러다 보니 이재용 경영권 승계 문제를 위주로 검토 보고서가 작성됐고 초안용 메모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메모를 민정비서관이었던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고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메모에 특정 방향이나 기조가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 지시자의 의사 등이 반영돼 있느냐”고 묻자 이 전 행정관은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며 “작성 및 검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대답했다.
특검이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한 것이냐”고 묻자 이 전 행정관은 “지휘체계상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전 행정관은 우 전 수석이 왜 삼성그룹 경영승계와 관련해 검토를 지시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삼성 측과 접촉한 사실은 없다”며 “민정비서관이 (경영승계 관련 검토를)지시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