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100억 달러(11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신규 디스플레이공장을 설립하는 등 미국 TV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애플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별도 디스플레이공장 설립계획도 검토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TV와 디스플레이사업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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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7월 안에 미국에 신설하는 디스플레이 신규공장부지를 확정하고 공식발표를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미국 주요기관이 모여있는 워싱턴DC에서 발표행사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정부와 홍하이그룹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이 올해 초부터 미국공장 투자계획을 검토하며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논의하는 등 그동안 미국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홍하이그룹의 공장건설계획은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다. 투자규모가 11조 원을 넘는 데다 트럼프정부의 내수경기 활성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기 때문이다.
홍하이그룹의 디스플레이 공장부지로 뽑히기 위한 미국 주정부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결국 위스콘신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번 디스플레이 신규공장 투자결정이 미국 TV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홍하이그룹은 미국에 LCD공장을 설립한 뒤 LCDTV 완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목표를 두고 있다”며 “고화질의 대형TV 생산에 주력해 공격적인 시장확대를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한 뒤 샤프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활용한 LCDTV를 중국 등 주요국가에 출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며 성과를 보고 있다.
샤프의 LCD 기술력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고객사에 인정받을 정도로 높은데다 TV 등 주요 가전제품에서 여전히 프리미엄 브랜드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TV 최대시장인 미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브랜드인지도가 높은 업체의 영향력이 커 홍하이그룹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투자를 계기로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다.
홍하이그룹이 샤프 TV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패널도 자체조달할 경우 원가경쟁력에서 미국 TV 점유율 상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에 강력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홍하이그룹의 디스플레이공장에 세금감면 등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볼 때 해외기업들이 TV 수출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가능성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TV는 대부분 수입되고 있다”며 “홍하이그룹이 현지 생산시설로 수요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능력도 갖춰 경쟁업체보다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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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하이그룹이 인수한 샤프의 프리미엄 TV. |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60인치 이상의 크기와 8K급 고화질 등을 갖춘 프리미엄TV를 새 브랜드로 내놓고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에서와 같이 고성능 제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공격적인 물량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와 소니는 고가TV 라인업을 올레드TV로 바꿔내며 LCDTV와 차별화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프리미엄 제품에도 LCDTV를 고집하고 있다.
홍하이그룹이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LCDTV의 가격공세에 나설 경우 미국에서 12년 연속 TV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하이그룹은 디스플레이 공장건설계획을 확정해 내놓는 동시에 미국 TV시장 진출도 공식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가장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장설립과 별도로 홍하이그룹이 미국에서 애플과 공동으로 추가 신규공장 건설을 검토중인 점도 삼성전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미시간주에 애플의 투자를 받아 별도 공장을 설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홍하이그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미국에 아이폰 생산공장을 건설하거나 애플에 직접 공급하는 중소형 올레드패널 양산시설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홍하이그룹이 중소형 올레드패널 기술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직접 기술을 개발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최근 대만에서 올레드 시범양산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홍하이그룹과 손잡고 올레드패널의 자체수급을 추진할 경우 현재 중소형 올레드 독점공급사로 자리잡은 삼성전자의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홍하이그룹은 미국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정치적 기술로 사업확장에 수혜를 입고 있다”며 “해외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가능성은 더 높아진 셈”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