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리딩뱅크 경쟁과 연임가도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KB국민은행 노조가 회사의 노조위원장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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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사측의 노조위원장 선거개입 의혹을 또 다시 제기하면서 윤 회장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은 올해 초 한 차례 불거졌지만 윤 회장이 당시 적극적 해결의지를 내보이며 일단락됐던 이슈다.
윤 회장은 4월 KB국민은행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지난해 노조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과 관련해 “KB국민은행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저의 불찰과 부족함 때문”이라며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사과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노조가 재차 의혹을 제기하면서 윤 회장의 사과도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노조가 지목한 선거개입의 주요책임자들은 이미 자리를 옮겼다. 이오성 당시 KB국민은행 HR부행장은 현재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 김철 당시 KB국민은행 HR본부장은 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한명규 전 HR본부 직원만족부장도 지난주에 발령조치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노조는 책임자들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노사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사조치가 선거개입 의혹과 연관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관련 부서에서 노조와 꾸준히 대화를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7월 KB국민은행 하반기 조회사에서도 초과이익을 직원과 공유하겠다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지만 개인형퇴직연금(IRP) 판매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판매실적을 할당했다는 의혹에 이어 재차 노사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
KB국민은행 노조의 반발은 신한금융지주와 치열한 1등 금융그룹 경쟁 속에 누적된 직원들의 피로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윤 회장은 임기 동안 무리한 실적달성을 위한 과도한 업무추진과 직원들에게 실적압박을 통한 상품판매 독촉, 비용절감을 위한 영업점 축소와 인력 감축, 성과연봉제 추진 등을 통해 수익성만 강조하는 경영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 노조가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출신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윤 회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가 2분기에 순이익 규모에서 신한금융지주를 2년3개월 만에 앞서는 등 실적성장세를 이끌어온 윤 회장이지만 내부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연임으로 가는 길에 노조가 계속 제동을 걸 가능성도 높다.
내부갈등을 안은 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펼쳐질 신한금융과 경쟁에 온전히 총력을 다 하기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이끌어온 KB금융의 실적 성장세만 놓고 보면 연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윤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쩍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 노조를 어떻게 끌어안을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