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편의점과 헬스앤뷰티숍 등으로 근거리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같은 대형점포만으로는 유통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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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8월 노브랜드 전문매장 1호점을 연 뒤 현재까지 모두 30여 개의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 주택가에 집중돼 있는데 최근 들어 대전이나 광주 등 지역 거점도시에도 들어서고 있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1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정 부회장은 편의점사업에서도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 위드미의 이름을 이마트24로 바꾸고 매년 1천 개 이상의 점포를 새로 내기로 했다. 이마트24 점포 수가 최소 5천 개에서 6천 개는 돼야 흑자전환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 출점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또 5월 스타필드하남에 헬스앤뷰티숍 ‘부츠’ 1호점을 열며 헬스앤뷰티숍시장에도 다시 뛰어들었다. 영국 브랜드 부츠를 도입하는 데 2년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부츠 매장은 10곳가량으로 늘어나는데 앞으로 출점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점포 수 증가가 물류비 절감 등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데다 국내 헬스앤뷰티숍시장이 최근 몇년 사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노브랜드 전문매장과 이마트24, 부츠의 점포 수를 모두 더하면 2200여 개 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 편의점만 5천 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점포 수도 6천 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이 소규모 다점포 전략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유통망 확보와 소비자와 접점 확대가 유통업의 핵심이자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한 대부분 사업이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이유도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근거리 채널 강화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유통사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거리 유통망을 갖추고 있을수록 유리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주문해 생활반경과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들고갈 수 있는 O2O서비스가 유통의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고객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확보하고 있을수록 유통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매장 수는 15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소비자와 접점이 적다. 최근 대형마트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어 앞으로 공격적 출점도 쉽지 않다.
신세계그룹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정 부회장이 편의점과 노브랜드 전문매장, 헬스앤뷰티숍에 공을 쏟는 이유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2009년 이마트로 대표되는 대형점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통해 기업형슈퍼마켓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대형마트처럼 유통산업발전법의 적용을 받아 전통산업보존구역의 반경 1㎢ 이내 신규출점을 할 수 없다.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 월 2회 의무휴업 도입 등의 규제도 받고 있다.
여러 규제 탓에 출점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실적 역시 부진하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2009년 6월 1호점을 열었으나 8년 동안 230여 개 매장을 내는 데 그쳤고 아직 연간 흑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이마트 자체브랜드(PL)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도 최대한 많은 유통망이 필요하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단순 유통사업자에서 제주소주를 인수하거나 자체브랜드를 늘리는 등 제조업에도 뛰어들면서 다양한 유통채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대형마트 기업들이 당분간 큰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상품력 강화와 유통채널 다각화를 통한 경쟁구도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