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를 세워 문재인 정부의 지배구조개편 압박에 대비하고 있다.
여승주 부사장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을 살피며 문재인 정부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와 오너일가의 금융계열사 지배력 약화 등 대응책 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승현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의 금융 계열사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 여승주, 한화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 맡아
23일 금융권과 한화그룹에 따르면 여승주 부사장이 한화투자증권 대표에서 물러난 뒤 7월1일부터 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을 이끌며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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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 |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형식으로 임원 등을 받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영기획실 금융팀에 현재 직원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한화생명 전사혁신실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 관리업무를 해왔는데 컨트롤타워 기능을 그룹차원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여 부사장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신사업 전반을 주도할 뿐 아니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에 힘주고 있는 만큼 금융계열사 전반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란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의 개별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금융계열사도 포함해 그룹 전체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한화그룹은 감독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계열사들이 한화그룹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금융계열사 전반을 통합관리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지난 1분기에 매출 8조2141억 원을 기록했는데 한화그룹 전체 매출액의 62.89%를 차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3077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51.57%를 차지하고 있다.
여 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에 대응하는 과제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금융계열사들은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비교적 지분정리가 깔끔한 상황이지만 한화와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화생명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화건설 28.40%, 한화 18.15%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분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와 한화건설의 의결권에 제한되면 한화생명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분구조상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정점에 있는 한화생명의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 다른 금융계열사 지배력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김동원,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승계 준비하나
한화그룹이 최근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나선 만큼 그룹차원에서 꾸려진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는 앞으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계열사를 직접 관할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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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
김 상무는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뒤 한화생명으로 자리 옮기면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산업을 맡아 그룹을 승계하고, 김동원 상무는 한화의 금융 계열사를, 김동선 차장은 한화의 유통부문과 건설을 물려받은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김 상무는 그동안 뚜렷한 경영성과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는데 최근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상무는 올해 초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6곳의 공동브랜드사업인 '라이프플러스'를 진두지휘하며 금융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라이프플러스사업은 한화생명이 펼쳐오던 브랜드사업을 올해부터 다른 계열사로 확대한 사업으로 공동브랜드사업에 기반해 금융계열사간 활발한 사업교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지난 4월 첫 라이프플러스라는 이름을 단 첫 번째 보험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다른 금융계열사들도 같은 브랜드 아래 상품개발과 사업을 각각 추진한다.
김 상무는 그동안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젝트인 ‘드림플러스’사업에 집중하며 경영실무를 배워왔는데 금융계열사 전반을 살피는 업무를 맡게 된 셈이다.
여승주 부사장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전반적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이 과정에서 김 상무가 금융계열사에 끼치는 영향력도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를 세워 문재인 정부의 압박과 경영권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본격적 승계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김 상무가 금융계열사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 구축과 경영권 승계는 추진되고 있지 않다"고 말햇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