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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 아이에이 회장(왼쪽) |
동부하이텍 본입찰에 아이에이(IA)-애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컨소시엄 한 곳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아이에이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김동진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거치면서 현대자동차 부회장까지 지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린 아이에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이에이 컨소시엄이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현대차와 관계가 관심을 끈다.
◆ 아이에이는 왜 동부하이텍 인수하려 하나
김동진 아이에이 회장은 이번 입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현장실사에 참여하고 전반적 상황을 챙기며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에이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설계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반도체를 공동으로 연구개발(R&D)하고 있다. 올 상반기 285억 원의 매출에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업계는 아이에이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아이에이가 현대자동차에 자동차용 반도체 제품을 납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김동진 회장이 과거 현대자동차 사장과 부회장,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등을 거친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에이는 2012년 4월 서승모 창업자 겸 전 대표이사의 배임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그 뒤 세 차례에 걸쳐 상장유보 처분을 받았고 회생절차를 거쳐 지난 3월 최종 상장유지 결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트론이 1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대오트론은 2012년 설립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다. 현대차그룹이 전자제어 부품 및 반도체 설계 분야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현대오트론이 150억 원의 전환주주를 행사하게 되면 15.4%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이번에 아이에이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하게 되면 현대오트론-아이에이-동부하이텍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트론과 아이에이가 반도체 설계를 맡고 동부하이텍이 생산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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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 회장이 현대차 부회장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
◆ 정몽구의 오른팔 김동진 회장
김 회장은 한때 ‘정몽구의 오른팔’ ‘정몽구의 그림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현대차그룹의 2인자로 통했다. 정몽구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가장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도 들었다.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깜짝인사’로 유명한 현대차그룹에서도 김 회장만은 예외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며 해외투자 등 그룹 차원의 핵심 의사결정을 했다면 재경, 수출, 생산, 영업 등 일상적 경영활동은 김 회장의 역할이었다.
현대차 비자금 사태 이후 정몽구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며 현대차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00년 현대자동차 상용사업부문 사장을 거쳐 2001년 대표이사 사장, 2003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몽구 회장은 측근을 오래두지 않기로 유명하다. 김 회장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가까이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았다는 사실은 김 회장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준다.
김 회장은 2009년 갑작스럽게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룹 내 2인자가 하위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로 옮긴 이유에 대해 정몽구 회장이 ‘직접 경영’의 비중을 더 높이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동진 회장은 2010년 현대모비스를 나와 아이에이의 전신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현대자동차의 부회장까지 지낸 김 회장이 씨앤에스테크놀로지로 향한 데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십조 원을 주무르던 대한민국 최고의 CEO가 스스로 표현한 대로 ‘구멍가게’수준인 중소기업 회장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당시 씨앤에스테크놀로지가 DMB 수신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정도로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이라고 판단해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씨앤에스를 차량용 반도체분야 글로벌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합류했다”며 “반도체 국산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취임 당시 “매출이 자기자본의 배가 될 때까지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이 취임한 뒤 1년 만에 씨앤에스는 매출 312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10년 만의 흑자전환이었다.
김 회장은 195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공과대학, 미국 핀레이공대(공학박사)를 졸업했다.
김 회장은 197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국방연구소 등을 거쳐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1979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 기술연구소장을 맡으면서 정몽구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정공에서 K1탱크의 국산화를 주도해 정 회장의 신임을 얻었고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거쳐 2000년 현대차의 상용차담당 사장으로 옮겼다.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과감한 추진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