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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CEO가 지난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워치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스마트 손목시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스마트폰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스마트 손목시계를 시장에 내놨지만 내년 애플워치가 출시된 이후에야 의미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신한금융투자는 스마트 손목시계가 내년에도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 손목시계시장 규모는 내년 11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는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총 매출인 301조 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 손목시계는 특정기능이 강조되는 틈새시장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 손목시계를 혁신으로 보기 어렵다”며 “제조사나 부품사들이 스마트 손목시계를 통해 만족할만한 이익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세계 스마트 손목시계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갤럭시기어’를 출시해 세계에서 80만 대를 팔았다. 지난해 전체 스마트 손목시계 판매량인 100만 대의 8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강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70만 대의 스마트 손목시계를 팔아 7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런 독주는 의미있는 경쟁업체들이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양상이다.
하 연구원은 “대다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스마트 손목시계를 특별히 사용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도 7일 보고서에서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스마트폰 제조사뿐 아니라 시계 제조사들까지 스마트워치시장에 뛰어들어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구매를 주저하고 있고 구매자 상당수도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초 애플의 첫 번째 스마트 손목시계인 애플워치가 출시된다면 본격적인 스마트 손목시계시장의 성장을 기대해 볼만 한 것으로 전망된다.
하 연구원은 “애플은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던 태블릿PC시장에서 아이패드를 성공시킨 적이 있다”며 “새로운 제품의 시장화에 애플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 11조원 규모의 세계 스마트 손목시계시장에서 애플워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다. 애플워치가 출시되면 본격적으로 스마트 손목시계 시대가 열리면서 2018년 시장은 내년보다 4.5배 성장한 65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LG경제연구원도 애플워치가 기존제품들에 비해 진보한 모습을 보여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은 “애플워치에 사용자를 중심으로 금융과 스마트홈 등 모든 생태계를 연결시키려는 애플의 전략이 반영돼 있다”며 “애플은 지금까지 여러 스마트 손목시계 제조사들이 지향해 온 거의 모든 요소에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 손목시계가 ‘포스트 스마트폰’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애플워치 역시 현존하는 스마트폰과 차별점을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스마트 손목시계가 제2의 스마트폰으로 자리잡으려면 스마트 손목시계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의 이유를 찾아 시장의 우려를 잠재워야 할 것”이라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파편화된 IT 액세서리 형태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