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과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후보자가 새 정부의 방향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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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거리가 느껴지는 발언을 내놨다.
다른 장관급 인사들 대부분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된다.
최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 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에 사실상 반대의견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수수료가 서민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과 카드, 보험 등 각 금융업권의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지 살펴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료를 각각 낮추는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 후보자는 “금융수수료는 시장가격으로 금융당국이 적정성을 심사하면 시장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금융수수료 결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카드수수료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금융수수료를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015년 8월 “수수료 책정은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뜻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각각 분리하겠다고 공약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100대 국정과제에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 후보자는 “정부조직 개편과 금융감독 체계개편의 경우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은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 기구 신설 및 권한과 관련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과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두고 좀 더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산과 제재∙감독권한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하는 방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논의됐지만 예산안과 인사권, 체계상의 독립문제 등과 관련한 금융감독원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최 후보자는 당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매각과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 보험업법 개정안 등 다양한 사안에서 최 후보자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문재인 정부 및 여당의 방향보다는 기존 금융당국의 입장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여당의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의 답을 듣다보면 지금 정권교체가 이뤄진 건지 잘 모르겠다“며 최 후보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최 후보자가 금융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 후보자는 금융위원장이 지명된 직후 “금융은 정부의 철학에 맞추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정책과 달리 정부 철학과 관계없이 가야하는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후보자는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관료)’인 만큼 개혁성향이 짙은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금융정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위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