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방산비리 수사’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하 사장은 연임 뒤 사표를 써놓고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에 온힘을 쏟고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지원을 받아 수주의 청신호도 밝혔지만 낙마의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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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한국항공우주산업 최대주주가 수출입은행으로 바뀐 상황에서 하 사장이 낙마할 경우 지배구조개편 논의도 낳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하 사장이 바람 앞에 서있는 등불 신세가 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세부적인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하 사장을 비롯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일부 경영진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본사에 있는 하 사장의 차량을 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일단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일부 전투기사업에서 개발비를 빼돌린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정·관계 로비를 시도한 흔적이 나올 경우 하 사장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방산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수차례 방산비리 척결을 외친 만큼 언젠가는 방산기업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배구조가 취약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수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며 “이번 검찰수사로 하 사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해주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5달 만인 2008년 7월에 사임했다. 정 전 사장에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이끌던 김홍경 전 사장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임기를 1년4개월가량 남겨둔 2013년 4월에 사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애초 삼성항공우주산업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3개 대기업의 항공기사업부분을 따로 합쳐 1999년 출범한 회사였으나 2006년 하반기에 한국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되면서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KDB산업은행이 한국수출입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면서 최대주주가 수출입은행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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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천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 서울사무소에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하 사장체제가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돌았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7조 원 규모의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하 사장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시점에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은 사업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 사장은 항공우주산업분야에 정통한 내부출신 인사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전 사장의 돌연 사임에 따라 선임된 것도 사실”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임기를 끝까지 채우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