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신규 면세점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조작된 평가점수를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했다는 감사원 조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관세청을 상대로 ‘면세점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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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홍욱 관세청장. |
감사결과 관세청이 2015년 1, 2차 면세점사업자 선정에서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특정업체 점수는 높게, 다른 업체 점수는 낮게 산정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2015년 1월 서울에 3개 시내면세점 추가설치 계획을 발표한 뒤 21개 기업의 신청을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관세청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평가총점을 실제보다 240점 많게, 롯데면세점을 190점 낮게 책정하면서 롯데면세점은 탈락하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신규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심사에선 화장실, 에스컬레이터 등 공용면적을 매장면적에 포함시켜 준 반면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소기업제품 매장항목을 매장면적이 아닌 영업면적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2015년 11월에 이어진 서울 시내면세점 후속심사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롯데면세점이 총점에서 실제보다 191점 적게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롯데면세점 대신 두산의 두타면세점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감사원은 "당시 왜 롯데면세점에 이런 납득 불가능한 불이익을 줬는지, 윗선에서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으나 관세청 담당자들이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고 밝혔다.
관세청 담당자들은 고의적으로 점수항목을 없앤 부분 등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이유를 놓고는 실수였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서울에 면세점 특허를 새로 발급하기로 한 것 역시 그 자체로 제도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의 신규특허 발급 여부는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 등에 한해 관세청장이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돌연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발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제수석실은 이 지시를 기재부에 전달했으며 기재부는 담당부처인 관세청과 협의없이 2016년 1월6일 이를 이행하겠다고 보고했다.
관세청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2014년 통계를 근거로 2016년 4월 서울에 시내면세점 4개를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은 메르스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기준 충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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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 박서원 두산 전무. |
감사원은 “2015년 이후 개점한 서울 시내면세점들의 영업손실액이 2016년 9월 기준 1322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모두 13개의 시내 면세점이 영업을 시작하는 2017년 이후에는 경영악화가 가중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조사결과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유리한 증거라는 말도 나온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시내면세점 추가사업자 선정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독대시기가 추가선정 지시 이후인 지난해 3월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천홍욱 관세청장을 2015년 당시 부당한 평가의 정황 등이 들어간 사업계획서를 파기토록 지시했다며 공공기록물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직 관세청장이 감사원으로부터 고발당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면세점 특허취소가 가능한지를 놓고 박찬석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장은 “공익사유에 한해 직권취소가 가능한데 쉽지 않다”면서도 “업체가 직접 연루돼 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다면 직권취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