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해외에서 한국계 은행과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KEB하나은행 독일 지점에 계좌를 개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은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한국계 은행과 거래를 안 하는 건 10여년 전부터”라며 “관행이고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 전 지점장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당시 독일 외환은행에 근무했는데 그때 삼성전자에서 정책적으로 모든 한국계 은행과는 거래를 안 한다고 저희한테 연락이 왔었다”며 “국내은행보다는 해외은행과 거래할 때 고객정보 노출에 대해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 내부 방침을 깨뜨리고 2015년 이 전 지점장이 근무하던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에 계좌를 개설했다.
박영수 특검이 “최순실씨의 요구가 없었다면 삼성전자가 독일 하나은행 계좌를 개설할 이유가 없었냐”고 묻자 이 전 지점장은 “그렇다”며 “최씨 요구 때문에 그랬다는 건 (처음에는)몰랐는데 사후적으로 개설 목적이 말, 차량 구입이라고 보고 받았고 거래 정황을 봤을 때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이 전 지점장은 KEB하나은행 내부에서 결정한 유럽통합본부 설치가 보류되는 것을 보고 최씨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지점장은 “최씨에게 ‘유럽통합본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독일은 지점으로 전환하라는 본사 지시가 내려왔다. 더 이상 (최씨의 일에)개입하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자 최씨가 ‘그럼 유럽통합본부를 독일에 두고 본부장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 유럽통합본부 조직구조에 대한 리포트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며 “통화 이후 최씨가 막강하다고 느꼈고 두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검이 “안 전 수석이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통해 유럽통합본부를 보류시킨 것을 아냐”고 묻자 이 전 지점장은 “당시엔 저희 법인 등이 의견을 개진해 보류된 줄 알았는데 사후적으로 그렇게 알게 됐다”고 대답했다.
이 전 본부장은 지난해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했는데 최순실씨의 입김 때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는 KEB하나은행의 정기 임원인사가 끝난 시점인 데다 글로벌영업2본부장 자리는 이 본부장이 승진하기 전 없던 자리였는데 승진하기 직전에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지점장은 “당시에는 외환 쪽 인재가 필요해선 줄 알았는데 최씨 계획 아래에 영향력이 행사된 걸로 생각된다”며 “최씨 본인의 계산 아래 해외인맥 등과 저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