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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후 두 팔을 들어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뉴시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당대표에 선출돼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자유한국당 당권을 거머쥐었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홍 대표는 당장 공당의 대표로서 신변을 둘러싼 잡음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의 선명한 색채와 사이다 발언 등 '개인기'가 발휘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개인적 약점도 뚜렷한 것으로 지적받는다.
홍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홍 대표는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2심의 무죄판결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속단할 수 없어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홍 대표 본인은 물론 자유한국당의 정치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얼마전에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홍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홍 대표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겨눠 “신문·방속을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라고 말해 중앙일보와 JTBC, 홍 전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홍 대표는 검찰 고발을 당하자 “재벌언론의 황제 같은 사주를 비판했더니 송사로 재갈을 물리려는 어이없는 대응”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권언유착과 기울어진 언론시장을 국민운동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바른정당 입당 타진 의혹까지 불거지며 바른정당과 보수적자 경쟁에서도 불리한 구도에 놓이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선 때만 해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컸지만 갈수록 바른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바른정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얼마 전 저서에서 홍 대표가 신당 창당 당시 측근을 통해 합류 의사를 밝혔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홍 대표는 이를 부인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양쪽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선거 막판 홍 대표에게 부담을 안겼던 ‘돼지발정제’ 사건도 있다. 홍 대표가 과거 자서전에 돼지발정제를 이용한 여성 추행 모의사실을 적었던 것이다.
최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왜곡된 여성관으로 낙마하는 과정에서 홍 대표의 돼지발정제 논란이 다시 환기되는 등 돼지발정제 꼬리표가 앞으로도 홍 대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홍 대표가 당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당권 경쟁과정에서 홍 대표는 원유철·신상진 후보와 비방전을 펼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가라앉히고 당을 하나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겁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와 함께 최고위원에 이철우·류여해·김태흠·이재만 후보가 당선됐다. 이재영 전 의원은 청년 최고위원에 뽑혔다.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 등은 친박 성향이 짙은 인사들로 분류되고 있어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철우 최고위원이 친박계였으나 대선기간 사무총장을 맡아 홍 대표를 적극 지원하는 등 ‘친홍’으로 돌아선 점 등을 미뤄볼 때 홍 대표가 지도부를 장악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홍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3분의 2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도 홍 대표의 당내 장악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으나 반년도 안 돼 물러난 전력이 있다. 당시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와해됐고 홍 대표 역시 사퇴했다. 이후 당권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홍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흔들기를 버티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