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김영란법 완화 움직임에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김영란법 상한액이 올라가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편의점업계는 김영란법 완화가 반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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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30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규정하는 식사비,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 기준을 각각 10만 원, 10만 원, 5만 원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김영란법은 2016년 9월부터 시행돼 식사비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한액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다.
강 의원은 “식사비와 선물의 상한액 기준이 현실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내수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시행령이 아닌 법으로 상한액을 현실화해 일시적 여론몰이에 흔들리지 않은 타당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김영란법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록 농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영란법 상한액을 조정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해양수산부와 협조해 빠른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가액 조정에 한정하면 추석 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움직임에 백화점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백화점은 유통업계에서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백화점이 누리던 명절특수가 사라졌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올해 1월 설 기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0.4% 오르는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설보다 10.1% 줄었고 신세계백화점과 갤리리아백화점 역시 매출이 3.8%, 2% 감소했다.
백화점업계의 매출감소는 5월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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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29일 발표한 ‘5월 유통업체 매출 분석자료’에 따르면 편의점(10.5%)과 기업형수퍼마켓(SSM)(3.4%), 대형마트(1.6%)는 모두 매출이 지난해 5월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백화점만 매출이 1.9% 감소했다.
백화점은 에어컨 수요 증가로 가정용품 매출이 15.6%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잡화부문 매출이 8.3% 줄면서 전체매출이 줄었다. 잡화 매출이 감소한 것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을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뒤 백화점들이 5만 원 이하 선물세트를 늘리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상한액 기준이 완화되면 최근의 소비자심리 회복과 맞물려 실적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백화점과 달리 편의점업계는 김영란법 완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
편의점은 김영란법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불린다. 김영란법으로 회식이 줄어들면서 편의점의 주류, 안주 판매는 크게 늘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편의점은 김영란법 시행 뒤 한 달간 냉장안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1% 늘었다. 맥주와 소주 매출도 각각 20.4%, 20.8% 증가했다.
국내 편의점 ‘빅3’인 BG리테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은 김영란법 시행 뒤 모두 매출이 늘었다. BGF리테일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늘었고 GS리테일 편의점부문과 코리아세븐의 매출은 각각 14.9%. 4%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매출이 상승한 것은 다른 요인들도 있지만 김영란법으로 수혜를 입은 측면이 있다”며 “김영란법 상한액 기준이 바뀌면 유통업계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