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학 쿠쿠전자 사장이 주력제품인 전기밥솥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기밥솥 등 가전사업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쿠쿠전자는 렌탈사업을 매트리스 등 비가전분야까지 확대하고 신사업인 홈케어분야에도 새로 진출하는 등 가전업체의 정체성과 거리가 먼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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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 |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의 실적에서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렌탈사업은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모두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이던 전기밥솥에서 전반적인 수요둔화와 중국 사드보복 영향에 따른 수출감소가 계속되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쿠쿠전자가 2분기 매출 1670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지난해 2분기보다 9%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전기밥솥 등 가전부문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2년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을 통한 매출은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나 연구원은 “쿠쿠전자는 가전부문에서 중국 현지사업과 면세점사업이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밥솥 평균판매가격 상승세도 둔화돼 올해 악재가 정점을 맞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반면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을 포함한 렌탈사업은 국내와 말레이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모두 가입자가 급증하며 실적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렌탈사업 매출은 313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9% 늘어나며 전체매출에서 40% 가까운 비중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 연구원은 “쿠쿠전자는 렌탈사업에서 품목을 다양화하고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 성과를 보고 있다”며 “가전부문의 급격한 역성장과 반대되는 흐름을 보이며 내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쿠전자는 렌탈사업을 꾸준히 확대하며 가전업체로서의 정체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안마의자뿐 아니라 전자제품과 관련없는 매트리스 렌탈분야까지 진출한 뒤 성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쿠쿠전자는 7월부터 신사업분야인 홈케어 서비스를 시작한다. 세탁기와 에어컨, 냉장고와 매트리스 등을 청소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홈케어서비스는 쿠쿠전자 외 제조사의 제품도 모두 대상으로 한다”며 “그동안 렌탈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신사업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케어서비스는 사실상 가정용 청소서비스로 장기간 쿠쿠전자의 실적을 책임졌던 전기밥솥 등 전자제품 제조업과 더욱 거리가 멀다.
구 사장이 가전사업의 실적부진에 대응해 적극적인 사업체질 변화를 추진하며 렌탈과 홈케어서비스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실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쿠쿠전자가 전기밥솥 판매로 당분간 자금력을 확보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렌탈사업자로 정체성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과 비교해 수익성과 성장성이 모두 좋은 사업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결국 렌탈전문업체인 코웨이 또는 SK매직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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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쿠전자가 9월 출시하는 홈케어서비스. |
쿠쿠전자는 이미 매트리스와 안마의자 등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제조사에서 공급받아 렌탈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사업분야가 확대될수록 제조업과 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쿠쿠전자의 중국사업은 점차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쿠전자는 3월 초 중국정부의 한국제품 홈쇼핑 방송 금지조치로 타격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 생방송에 편성돼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중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한국과 외교적 마찰 등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실적회복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중국에서 밥솥 매출이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지 않는다면 쿠쿠전자의 체질개선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쿠쿠전자는 과거 렌탈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든 적도 있다. 사업구조변화를 앞당기기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이나 인수합병이 이어질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