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경유세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유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경유는 국내 정유업계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경유세가 인상되면 정유기업들은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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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유기업들이 걱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4개 부처는 지난해 6월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원에게 ‘수송용 에너지상대가격 연구용역’을 맡겼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7월4일 공청회를 열어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논의하는데 이미 경유세 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기재부는 경유세 인상 논란이 일자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청회는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의 상대가격 조정이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적일지를 검토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라며 “구체적인 연구결과 및 공청회 안을 놓고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재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는 경유세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자동차가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2030년까지 디젤엔진을 장착한 개인용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미세먼지 문제가 아니더라도 디젤수입차 규제 강화와 LPG업계의 유가조정 요구는 꾸준히 있었다”며 “용역안이 경유세 인상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결국 소폭이라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역안은 현재 100 대 85 대 50인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10가지 시나리오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 가격은 휘발유 대비 최소 90%에서 최대 125%까지 높이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유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정유기업들의 매출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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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석유제품 가운데 경유의 판매비중은 34.4%로 가장 높다. 경유세 인상으로 경유 수요가 LPG나 전기자동차 등으로 넘어갈 경우 정유사들은 급격한 매출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유안타증권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대로라면 2018년부터 2030년까지 경유차량 917만대가 강제 퇴출되고, 연료 소비량도 7281만 배럴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매출감소 규모는 6.3%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4사 가운데 수익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유 매출은 1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34.1%에 이르고 내수만 따지면 18.7%다. SK이노베이션(5%), GS칼텍스(11.1%), 에쓰오일(13%)보다 국내 경유 매출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경유세 인상이 정유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경유의 국내 판매량이 줄어들 경우 수출로 물량을 돌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유업계가 비정유 사업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4사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약 40%를 비정유부문에서 올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에너지세제 개편으로 경유세가 인상된 적이 있다”며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국내 판매량 일부를 수출로 전환해 오히려 실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