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은 점진적이고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위원장이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재벌은 향후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우리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재벌을 망가뜨리는 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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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김 위원장은 23일 4대그룹 최고경영진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주의 등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취임 전후로 강도높은 개혁에 재계의 우려가 컸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불식하려고 힘을 쏟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단기간에 사전적인 규제법률을 통해서 한 번에 바꿀 수 없다”며 “잘못된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페널티를 부과해 행동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래도 안되는 건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4대그룹에 개혁을 집중하려는 것은 전략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쓰러뜨려야 할 개혁 도미노가 무수히 많은데 정책자원은 한정적”이라며 “위에서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내 다른 쪽으로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혁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기로 했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 전속고발제가 규정된 6개 법률에서 전속고발권을 유지할 필요성이 적은 부분부터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와 함께 의무고발요청기관을 확대하는 방안과 개인이 직접 법원에 불공정행위 금지를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 등도 논의해 가기로 했다.
순환출자 해소방안은 긴급한 과제가 아니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순환출자 중 경영권과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것은 현대자동차 하나”라며 “현대자동차 하나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들고 가면 다른 법도 통과가 안된다”고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후보자 때 현대자동차 하나 남았다고 말했더니 시장에서 기대와 압력이 생겼다”며 “법을 고치는 것보다 이런 시장의 기대와 압력으로 해소하는 게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중간금융지주제도 도입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산분리 사후규제 방안인 금융위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자리잡기까지 공정위 차원의 사전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아직 많은 분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의 효과를 신뢰하지 못하니 지주회사 제도를 완화하는 데 우려가 크다”며 “지금은 정치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불공정행위도 단속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에 공기업을 포함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며 “공정위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와 논의할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의 일감몰아주기·담합·지배구조 문제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제가 임기 3년 동안 꼭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시장지배력 남용도 공정위 차원에서 규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구글은 아무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들어와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산업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경쟁당국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시대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서 선점하면 후발주자가 들어갈 여지가 없이 그걸로 끝”이라며 “미래 새로운 산업과 그 산업을 지탱할 새로운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이 공정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