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지키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다.
금호산업은 19일 금호산업이 애초 내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금호 브랜드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산정한 원안을 근거없이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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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산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이 요구한 상표권 사용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다시 의결했다. 금호산업은 9일 이사회결의를 통해 내걸었던 상표권 20년의 사용기간, 0.5%의 사용요율, 중도해지 불가 등을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으로 의결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 등을 잃을 가능성이 있고 최악의 경우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지만 상표권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박 회장이 채권단을 상대로 '배짱'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매각하는 데 반대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가 구제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호타이어 매각기한인 9월23일까지 상표권을 무기로 버티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더블스타가 차입금 만기 연장, 방산사업 분리매각 승인 등 선결조건을 해결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면 시간을 벌어 반전을 노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재인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 금호타이어 상표권 등을 인수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매각과정을 통해 시위한 만큼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재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갈 경우 우선매수청구권 없이도 우월한 입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들고있는 경영권 박탈과 법정관리 등 압박수단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인 금호타이어의 경영을 파국으로 몰고가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채권단은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 채권만기를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박 회장을 압박해왔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는 도산의 위기에 몰린다. 금호타이어는 5월말 현재 보유한 현금이 7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최후의 수단으로 법적 분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매각기한까지 매각절차를 마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시 종로구 금호아시아나사옥에서 기자들에게 채권단이 금호홀딩스 지분을 매각해 그룹 경영권을 박탈할 가능성을 놓고 “힘없는 사람이 어찌할 수 있겠느냐”며 “채권단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으면 조치를 취하겠지”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측은 이르면 20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박 회장 측에 대응할 방법을 논의할 계획을 세웠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에 금호산업이 내세운 조건을 받아들일 지를 타진하고 더블스타에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경영권 회수 등 방안도 논의하겠지만 모두 매각이 무산됐을 경우 검토하는 방안들”이라며 “인수 측인 더블스타의 결정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주주협의회에서 더블스타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법정관리, 금호홀딩스지분의 담보권행사 가능성 등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