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겠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고 있다.
|
|
|
▲ 문재인 대통령. |
이와 함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도입해 대기업 계열 금융그룹 및 비은행 금융그룹을 금융지주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독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제한되고 대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의 재무상황을 종합해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은행법을 통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아도 금융계열사를 소유한 기업을 자세히 감독할 수단이 생긴다는 말이 나온다.
은산분리 원칙의 가장 주요한 근거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부분인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석근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완화는 필수”라며 “재벌 사금고화가 은산분리 완화 불가의 가장 큰 이유라면 그 부분을 막을 방안을 생각하거나 재벌개혁으로 풀어야지 금융산업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맞닿아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금융그룹과 관련해 전반적인 규제를 담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과 금융업법, 은행법 등 다양한 금융산업 규제 및 감독방안과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종합적인 감독체제를 통해 규제의 목적을 달성하는 대신 신사업 발전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는 완화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은산분리 완화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과제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KT, 카카오 등은 K뱅크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주도하고도 최대주주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자본확충 문제와 시너지 확보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단계적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때에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하자는 말도 나온다.
서승환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은행과 구분해 은산분리 원칙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의 한도를 높이는 대신 산업자본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는 방식으로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