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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권 삼환기업 명예회장 |
중견 건설업체인 삼환기업의 최용권 명예회장이 여동생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두 사람이 유산상속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마침내 검찰고소로 비화됐다. 업계 인사들은 이를 두고 '남매의 난'이라고 부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최모씨가 친오빠인 최 회장을 상대로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에 대해 기업비리 형태의 고발이 접수돼 사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최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최씨는 고발장에서 최 명예회장이 조성된 비자금 4500억 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렸고, 이 돈으로 미국 하와이 등에 부동산을 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중동건설사업과 해외사업 수주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빠져나와 미국법인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최씨가 최 명예회장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아버지인 최종환 회장이 숨진 뒤 재산을 나눠 받는 과정에서 최 명예회장과 마찰을 빚어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삼환기업은 이번 해외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유산상속에 불만은 품은 최씨가 악의적으로 고소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씨는 최근 비자금 조성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미국에 살고 있으며 삼환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적은 없다.
최 명예회장은 2012년 말에 노조로부터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최 명예회장이 오랜 기간 건설현장에서 자금을 빼돌려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었다.
노조는 이번 고소에 대해서도 “최 회장의 비자금 형성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아무런 업무도없는데 20년 이상 미국과 일본에 법인을 유지한 이유가 최 회장의 비자금 관리 때문이라고 모든 임직원들이 추측하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삼환기업 계열사인 신민상호저축은행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120억 원을 예금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삼환기업은 건설업에만 66년 걸어온 중견 건설업체다.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해 국내 건설업체중 최초로 중동시장에 진출했다.
창업주인 최종환 회장이 경영할 당시 우량 건설업체로 국내 1세대 건설업계 부흥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2세인 최용권 회장이 경영권을 잡으면서 주택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3세인 최제욱 상무가 경영에 참여한 뒤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초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681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실적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