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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이 '담합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서울 지하철 9호선 싱크홀 구간에서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담합과 부실시공이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안게 됐다.
이는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명예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최치훈 사장은 올해 취임 이후 안전과 윤리경영을 강조했는데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 어떤 조처를 취할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3단계 919 공구 입찰담합으로 162억4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올해 총 6차례나 담합이 적발돼 과징금 액수만 1333억 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공정위가 건설회사에게 부과한 담합건수와 과징금 중 가장 많다. 삼성물산의 담합과징금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30.7%이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의 55.4%나 된다.
삼성물산의 과징금은 과징금 2위인 현대건설 282억 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삼성물산이 올해 적발된 담합은 모두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취임하기 전의 일이다. 삼성물산이 적발된 담합은 2012년 이전에 입찰해 참여하면서 저지른 일이다.
최 사장은 사장에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삼성물산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고객과 파트너와 협력사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안전과 윤리준법경영을 모든 임직원들이 추구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사장의 이런 주문은 삼성물산이 올해 들어 잇따라 담합이 적발되면서 빛을 잃고 말았다.
삼성물산에 특히 치명적인 것은 싱크홀 논란이 빚어진 공사구간을 놓고 부실공사와 담합이 동시에 사실로 드러난 점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석촌지하차도에 발생한 동공의 원인이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부실공사라고 발표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서울시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공사구간을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삼성물산이 이 공사구간을 담합으로 따낸 사실이 공정위에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런 삼성물산의 모습은 올해 9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른 이름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시공능력 순위는 최근 1년간 공사실적,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 결과다.
특히 삼성물산이 해외 건설현장에서 안전에 각별히 신경쓰고 여러 상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지하철 9호선 부실공사와 대비해 눈총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9월 홍콩지하철공사(MTRC)가 주관하는 2014년 상반기 MTR 안전대상에서 삼성물산이 진행한 샤틴-센트럴 라인 1109 현장이 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또 6일 카타르의 신도시인 루사일(Lusail)에 건설하고 있는 CP3A 다리 건설공사에서 18개월째 무사고를 이어가 발주처로부터 무사고 500만 인시를 공식 인정받았다고 자랑했다.
최치훈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해결사’로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사장은 2007년 삼성전자에서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으로 임명돼 프린터사업부를 레이저 복합기분야의 세계 1위로 올려놓았고 2009년 삼성SDI 사장으로 부임해 다음해인 2010년 3분기 영업이익을 6년여 만에 최대로 만들었다.
최 사장은 이어 삼성카드 사장으로 발탁된 고객 정보유출 사건의 위기 이후 2012년 ‘숫자카드’를 전격 출시해 삼성카드를 2012년 업계 2위로 올려놓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사장이 지금까지 해결사로 유감없는 실력을 보여줬는데 삼성물산의 담합과 싱크홀이 겹쳐진 어두운 이미지를 삼성물산에서 어떻게 벗겨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