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유지할까?
동부대우전자 지분매각이 가시화하면서 김 회장이 동부그룹의 사실상 마지막 남은 전자계열사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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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자산운용, KTBPE, SBI인베스트 등 동부대우전자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매각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동부대우전자 지분 45.8%를 보유했으며 2013년 동부대우전자 인수과정에 참여해 동부그룹의 나머지 보유지분 54.2%를 동반매도청구할 수 있는 권한(드래그얼롱)도 쥐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매각주관사로 선정돼 동부대우전자 실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잠재적 후보군과 접촉하는 등 지분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대우전자는 이에 앞서 재무적투자자들과 만나 중국 가전제조사 오크마와 지분투자 관련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오크마와 지분투자 외에도 사업협력 등 여러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일정이 지연된 것일 뿐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이 2013년 옛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세운 중견 가전회사다. 동부그룹은 인수 당시 약 1400억 원을 들여 지분 51%를 사들였고 나머지 약 1390억 원을 재무적투자자들을 통해 조달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2018년까지 기업공개, 인수 3년 이후 순자산 1800억 원 유지 등을 조건을 내걸었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모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순자산가치가 1800억 원을 밑돌며 기준에 미달하면서 경영권이 새 주인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동부대우전자는 가전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2013년 동부그룹에 편입된 뒤 실적이 올랐다. 2015년 매출 1조5733억 원, 영업이익 109억 원을 내는 등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옛 대우전자의 브랜드 명성과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남미와 중동 등 해외시장에서도 입지를 착실하게 다져왔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에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해 동부그룹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준기 회장은 지난해 동부대우전자가 실시한 약 25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사재 약 60억 원을 들여 참여하는 등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대우전자는 동부하이텍이 18.4%를 보유해 1대주주이며 김 회장의 개인지분도 9.2%나 된다.
김 회장은 건설업에서 돈을 벌어 제조업에서 발을 넓혀 동부그룹을 키워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주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면서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제조 및 건설계열사 대부분을 매각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현재는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그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동부그룹에 제조계열사로 남은 건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대우전자 정도다. 동부하이텍이 반도체 업황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김 회장이 두 회사를 양축으로 삼아 제조업에서도 재도약의 날개를 펼지 주목됐다.
업계는 김 회장이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적투자자들이 새 투자자가 구해질 경우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투자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지분매각이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투자금융업계에서 잠재적 인수후보로 SK네트웍스와 쿠쿠전자가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대우전자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 6개 생산법인, 30여 개 판매법인을 확보해 매력적인 매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