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높아진 소비자들의 불만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향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단통법 논의에서 핵심 이슈였던 분리공시제를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보조금이 대폭 줄어드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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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원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 |
3일 이동통신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이 훨씬 늘어나게 되자 규제개혁위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 현안이었던 분리공시제를 빼도록 권고한 곳이 규제개혁위원회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단통법 시행 1주일을 남겨두고 보조금 분리공시제 폐기를 결정했다. 제조사 지원금과 통신사 지원금을 각각 따로 공시하도록 하는 분리공시제 조항이 단통법 고시안에서 삭제되면서 단통법은 보조금을 투명화하겠다는 원래 취지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온다.
단통법이 시행된 뒤 이동통신사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적은 보조금을 공시했지만 단말기 제조사 지원금과 이동통신사 지원금을 나눠 파악할 수 없어 보조금 규모가 줄어든 까닭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행정기관으로 모든 법령의 제개정 때 규제사항을 검토하는 기구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사항을 검토해 판단에 따라 규제사항을 철회하거나 개정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 공동으로 맡는데 민간위원장은 장관급이다.
현재 규제개혁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한 서동원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다. 서 위원장은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쳤다.
공정위 부위원장 시절 친기업 성향이라는 지적을 받자 “친기업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전체적 기류에 따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철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7월 서 위원장 선임을 비롯해 10명의 민간위원이 교체됐고 적극적으로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제도연구전문위원회’와 규제 비용과 손익을 분석하는 ‘비용전문위원회’가 추가됐다.
규제개혁위원회 존재감이 점점 커지자 단통법 시행을 계기로 규제개혁위원회 권한을 제한하고 위원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등 조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장관급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규제개혁위원장이 인사청문회 등 검증없이 선임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이상 권한축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새누리당 안에 따르면 현재 비상설 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에 장관급 부위원장과 정무직 공무원 3명을 추가해 상설기구를 설치하도록 돼있다.
이렇게 확대된 규제개혁위원회는 정부부처에 대한 직무감찰 권한,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에게 면책특권 부여 권한 등을 갖게 된다. 또 국회, 법원, 감사원 등 헌법기구들도 자율적 규제관리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다.
김호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규제개혁특별법 입법 공청회에서 “규제개혁위원회 위상은 입법·사법·행정부에 비견되는 제4부”라고 우려했다.
김기흥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사법부 독립성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