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재벌의 불법적 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등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통한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6대그룹을 중심으로 이런 공약을 실천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주요 사안별로 받을 영향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 "문재인 경제민주화 공약, 지주회사 가치 높일 것"
최관순 홍승일 SK증권 연구원은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6대재벌을 중심으로 재벌개혁의 의지를 밝혔다”며 “지주회사 전환요건이 강화함에 따라 지주회사체제가 아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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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
두 연구원은 또 기존 지주회사인 SK도 자회사 지분요건이 강화하면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봤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단기적으로 지주회사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두 연구원은 내다봤다.
순환출자 해소에 따른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자회사 지분확대에 따른 책임경영 강화 등도 기존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판단됐다.
두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는 대표 재벌들을 개혁하면 나머지도 따라올 것으로 보고 정권 초반에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며 6대그룹의 개혁에 새 정부 재벌개혁 노력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 공익법인 계열사 지분,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현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대주주 일가의 우회적 지배력 강화를 차단할 방안으로 공익법인의 계열사 지분소유 문제가 꼽힌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CJ그룹, 롯데그룹 등 6개그룹의 공익법인이 소유한 계열사 지분가치 합계는 4조4861억 원이다.
그동안 대주주 일가가 공익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해왔으나 이를 차단하는 방안이 새 정부 들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구체적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의 지배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클 것으로 두 연구원은 파악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 공익재단 3곳을 통해, 롯데그룹은 롯데장학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 2곳을 통해 각각 그룹 계열사 지분을 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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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내용도 6대그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자기주식 관련 법률개정안은 상법 4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개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인적분할 시 자사주를 신주배정하는 등 자사주를 활용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할 경우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보통주 기준 삼성물산 13.8%, 삼성전자 13.0%, 삼성생명 10.2%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단계적으로 소각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합산지분율이 10%를 넘을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두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에 따라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생명은 추가적인 주가상승 여력이 생겨난다”고 파악했다.
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만 6.4%의 자사주를 보유해 자사주 소각 이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나머지 기아차(1.1%), 현대모비스(2,7%)는 자사주 소유비율이 낮아 자사주 소각에 따른 대주주 지분율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SK,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 시 4조9천억 필요
SK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이 강화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K그룹은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강화한다고 가정할 때 4조9천억 원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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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두 연구원은 “SK는 SK텔레콤 지분 확보를 위해 9245억 원,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확보를 위해 3조9천억 원의 현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SK텔레콤 12.6%, SK하이닉스 3.0%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소각한 뒤 상장사 지분 요건인 30%를 확보하기 위해서 SK텔레콤 2244억 원, SK하이닉스 3조6천억 원의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입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J그룹은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이 강화하면 CJ제일제당과 케이엑스홀딩스가 나눠 보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 지분의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LG그룹은 2007년 이전 지주회사로 전환을 마쳐 이미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이 강화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금산분리 문제와 관련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 관련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롯데그룹이 상대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