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수혜를 입을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한 데 이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하면서 재벌개혁과 관련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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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청와대가 김 위원장을 내정하고 장 실장을 임명하면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와 경제민주화 방향성이 뚜렷해졌다”며 “앞으로 상법개정안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기업가치자 높아지면 이에 따른 수혜를 모회사인 지주회사가 골고루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과 관련된 공약을 살펴보면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방안 마련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및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실효성 개선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미 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기대감은 각 그룹 계열사의 주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현재 순환출자가 문제 되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뿐”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지배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15일 지주회사 전환설이 불거진 뒤 계열사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부인하면서 계열사들의 주가는 잠시 주춤했지만 17일 청와대 인선이 발표된 뒤 또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꼽힌다.
이런 기대감에 영향을 받아 현대차 주가는 22일 전거래일과 같은 수준인 17만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5일과 비교하면 10.39% 올랐다. 같은 기간에 현대모비스 주가는 12.35%, 기아차 주가는 6.25%씩 올랐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대표적인 그룹으로 현대중공업그룹, 롯데그룹 등도 꼽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현대로보틱스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만 원(2.74%) 오른 37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정되기 전인 16일과 비교하면 7.7% 올랐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쇼핑의 주가도 17일 27만8천 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뒤 27만 원을 웃돌고 있다.
이밖에 삼성그룹의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앞으로 지주사 전환에 역할을 할 것으로 꼽히는 기업들과 SK, LG, 한화, 두산 등 주요 그룹의 지주사의 주가도 최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자회사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게다가 지주회사는 여러 상장기업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효과가 지주회사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