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전장부품사업에서 구글의 핵심 협력사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르면 올해부터 협업계획이 구체화돼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LG전자는 신성장동력인 전장부품사업을 키우기 위해 구글과 GM 등 외부기업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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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 사장. |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전장부품사업에 진출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실제로 이를 적용한 자동차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아우디와 볼보 등 완성차기업들이 차기제품 개발에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카 시스템을 탑재해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대차 등 일부 업체가 인포테인먼트에 적용한 구글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오토’는 기존 운영체제에 덧씌워 설치하는 형태에 그쳤다. 하지만 향후 출시되는 제품에는 구글이 하드웨어 등 시스템 개발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구글이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제공하다 지난해부터 직접 ‘픽셀’ 시리즈 스마트폰 개발에 나선 것과 비슷한 전략을 쓰는 셈이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구글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가 스마트폰과 같은 수준까지 발전하도록 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며 “소프트웨어업체에서 벗어나 역할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글의 이런 사업전략에서 LG전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구글이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험이 적은 만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개발에 전자업체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마무리한 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을 모두 자체개발해 공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LG전자와 구글의 경우 각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에서 약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연구원은 “LG전자는 소프트웨어 강자인 구글과 모바일에 이어 스마트카사업까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양쪽 모두 글로벌 소비자와 접점이 넓어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LG전자는 구글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잡아 올해 하반기부터 협력의 범위를 대폭 넓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는 최근 고가 가전시리즈 ‘LG시그니처’에 처음으로 구글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구글이 출시하는 ‘픽셀3’ 스마트폰을 공동개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이 스마트폰과 전장부품에 사용할 올레드패널을 확보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에 약 1조 원 정도의 투자를 제안한 것도 LG전자와 본격적인 협력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는 올해 초 가전전시회 CES2017에 참석해 “구글 등 마음이 맞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자동차와 사물인터넷분야 생태계 구축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전장부품사업 확대에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주사 LG가 최근 반도체 소재업체인 LG실트론을 SK그룹에 매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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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공급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이 연구원은 LG가 이를 통해 확보한 약 8천억 원의 자금을 인수합병 등에 사용해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장부품사업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LG그룹은 그동안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사업매각과 자회사 수익개선으로 충분한 자금여력을 확보했다”며 “전장사업 성장을 위해 활발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그룹은 LG전자의 전장부품과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등 부속품, LG화학의 배터리 등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한 솔루션 형태의 전장부품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전자와 구글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협력할 경우 계열사들의 부품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LG그룹은 LG전자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강력한 부품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완성차업체의 수주를 받을 경우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며 그룹 차원의 성장가능성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