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삼성SDS 지분을 모두 팔기로 한 결정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삼성전기가 당장 1조 원의 현금을 확보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신사업 투자 등에 필요한 신규자금을 확보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너무 일찍 판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 뒤 삼성SDS 주가가 더 뛸 것으로 보여 삼성전기가 수혜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 지분매각, 장기적으로 볼 때 아쉬워
이트레이드증권은 29일 보고서에서 삼성전기의 삼성SDS 지분매각 결정에 대해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아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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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
김현용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삼성SDS 지분을 공모가격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향후 삼성SDS 주가가 상승해도 삼성전기 주가가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도 “삼성SDS가 상장한 이후 지분을 팔았다면 삼성전기가 확보할 자금은 더 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SDS는 그룹 내 주요 시스템통합(SI) 업체”라며 “상장 이후 실적과 주가 모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분석은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이 삼성SDS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의 개인 최대주주로 현재 11.2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3.9%씩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작업이 시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너 일가가 삼성SDS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기가 가장 먼저 지분에 손을 뗀 것”이라며 “삼성SDS 기업가치가 더 커지더라도 삼성전기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 확보한 자금으로 신사업 투자 늘리는 것이 관건
김현용 연구원은 “주당 가격을 17만 원으로 가정하면 삼성전기는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약 1조400억 원의 현금을 얻게 된다”며 “매각차익은 6천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삼성전기 시가총액의 25%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기의 시가총액은 29일 기준으로 약 3조8천억 원이다.
하지만 1조 원의 현금이 유입된다는 호재에도 삼성전기의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이지만 스마트폰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악화 기조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기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사업구조 탓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 부진의 여파를 그대로 맞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8607억 원에 영업이익이 212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22%와 90.5%나 급감했다.
삼성전기의 실적부진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예상 실적을 매출액 1조9816억 원에 영업이익 305억 원으로 예상했다. 1년 전보다 각각 6.5%와 81.4% 줄어든 액수다.
결국 삼성전기가 시장의 실적 우려를 해소하려면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효과가 단기간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 실적개선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KDB대우증권은 “삼성전기가 어떤 사업에 재투자할 지가 관건”이라며 “주력사업이었던 스마트폰 부품 관련 사업이 최근 어려워졌고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절실해진 상황에서 1조 원의 현금 유입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