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0조5500억 원으로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매입한 데 대해 너무 큰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 회장이 10조여 원을 들여 할 수 있었던 다른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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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 회장이 10조여 원으로 한전부지를 인수하는 대신 최대 10개의 자동차 조립공장 건립, 20여종의 새차 모델 개발, 푸조-시트로엥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 인수 등을 할 수 있었다고 28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가 보도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 건립에 투자한 돈은 모두 1조7천억 원 규모다. 기아자동차가 멕시코공장 건립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조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 미뤄 볼 때 현대차그룹은 10조여 원의 돈으로 6~10개의 완성차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신형 쏘나타와 신형 제네시스 개발 비용이 각각 4500억, 5천억 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10조 원이라는 돈은 20여 종 이상의 신차를 개발할 수 있는 돈이다.
또 10조여 원으로 푸조시트로엥(시가총액 10조1천억 원 규모)이나 마즈다자동차(15조 원) 등 다른 완성차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올해 1월 피아트가 인수를 마무리한 크라이슬러의 매각금액도 약 10조1천억 원 수준”이라며 “현대차그룹이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면 판매대수 기준으로 완성차 중 글로벌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또 최근 독일 자동차 부품사 ZF가 인수한 미국의 TRW 인수가액이 14조 원 가량이었다며 현대모비스가 TRW를 인수했다면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1위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구 회장이 10조 원을 통합사옥 및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부지 매입에 쏟아 부은 것은 명성을 쫓는 투자였고 이러한 투자가 계열사 주가하락 등 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고 오토모티브뉴스는 보도했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기업들도 상징적인 회사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사는데 막대한 돈을 들이지만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매입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인수에 들인 돈은 폴크스바겐이 2000년 개장한 아우토슈타트 부지 인수금액(4천억 원 상당)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한전부지 면적(7만9342㎡)은 아우토슈타트 부지 면적(약 25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이 10개 상장 계열사가 보유한 전체 현금성 자산 중 4분의 1을 한전부지 매입에 써버림으로써 다른 완성차기업과 경쟁에서 힘을 실어 줄 신설공장 건립, 제품개발, 연구개발 등에 쓰는 비용을 줄일 것으로 이 매체는 전망했다.
현대자동차의 연구개발비는 다른 완성차기업에 비해 뒤쳐져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부즈앤컴퍼니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조8500억 원, 1조2400억 원 상당으로 모두 3조 원 가량이었다.
반면 전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보다 많은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토요타(약 10조7600억 원), 폴크스바겐(약 12조5200억 원), GM(약 8조1250억 원) 등은 현대기아차보다 더 많은 돈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10조 원은 현대차가 6년 동안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은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등에 쓰여야 할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