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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 관련 소송을 모두 취소하고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났다.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의 심문기일을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로써 KB금융사태는 일단락됐다. KB금융지주는 회장 선출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나아가는 데 모든 불확실 요소들이 거의 사라져 새로운 경영진 구성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임 전 회장은 28일 법무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인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임 전 회장은 지난 12일 금융위로부터 주전산기 교체 등과 관련해 3개월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자 지난 16일 금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임 전 회장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의 고객, 주주, 임직원 및 이사회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KB금융그룹이 새로운 경영진 선임으로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임 전 회장은 금융위에서 중징계를 내리자 법적 다툼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자신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의결하자 결국 소송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길을 선택한 것을 보인다.
임 전 회장은 이사회가 대표이시 해임을 의결하려고 했을 때 법원에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격론 끝에 해임을 결정하자 임 전 회장은 더 이상 법적 다툼의 실효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이 임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줘도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임 전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기 때문에 임 전 회장은 10명의 이사 중 한 명일 뿐이다. 경영 전반을 총괄할 권한이 없다. 또 이사회가 새 회장 인선에 나서고 있지만 임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법원이 임 전 회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조계 인사들은 임 전 회장의 해임으로 가처분신청의 실익이 없어진 만큼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임 전 회장은 또 법적 다툼이 자신을 지지해 온 사외이사들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금융 안팎에서 이사회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기 문제가 회장 해임과 행장사퇴를 불러왔는데 이사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KB금융 사외이사들 가운데 일부는 내분 과정에서 임 전 회장 편을 들어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사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임 전 회장은 이같은 사외이사들의 처지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인사들은 임 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나기로 한 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든 불안요소들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다.
이들은 만약 임 전 회장이 물러나지 않고 버텼다면 KB금융은 정상화 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대표이사의 해임은 이사회에서 가능하지만 등기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주총회를 열어 표대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자진사퇴함에 따라 KB금융은 이런 부담을 덜게 됐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겠다고 해 이제 새로운 경영진을 뽑는 등 경영 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당국도 임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