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이 성장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차정호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장정체 탈피를 목표로 올해 3월부터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차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장정체 탈피 방법으로 해외브랜드사업의 정상화를 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브랜드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최근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약점으로 꼽혔던 자체브랜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 차정호, 해외브랜드 강화에 초점
5일 업계에 따르면 차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최근 론칭한 유명 해외브랜드 폴스미스, 끌로에 등을 시장에 안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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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
차 대표는 올해 안에 백화점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폴스미스와 끌로에 매장을 10개 이상 열어 브랜드별로 매출 200~300억 원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 대표는 올해 영입돼 3월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이끌고 있다.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며 뉴욕 주재원과 쇼핑몰사업 등의 보직을 거쳤고 호텔신라로 옮겨 면세유통사업 총괄부사장을 맡는 등 해외브랜드 유통에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 대표가 영입됐을 때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해외브랜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40여개의 해외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자체브랜드보다 해외브랜드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 대표는 호텔신라에서 면세유통사업을 담당하며 특히 해외브랜드를 유치하는데 많은 공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브랜드의 부진으로 지난해 성장이 정체됐었다.
지난해 매출 1조211억 원을 거뒀는데 2015년보다 1.6%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갭과 바나나리퍼블릭 등 실적이 부진한 해외브랜드 점포를 정리하고 영업적자가 많이 나던 브랜드들을 철수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올해부터 해외브랜드사업이 부진을 벗어날 수 잇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구조조정의 효과로 수익성 개선이 뚜렷해지고 올해 1분기부터 해외브랜드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럭셔리 패션기업들이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강한 실적반등을 보이고 있다”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끌로에, 폴스미스 등 신규 브랜드 효과도 본격화하고 있어 의미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자체브랜드 호조
여성복브랜드 '스튜디오톰보이' 등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브랜드가 점차 자리잡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브랜드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경쟁기업인 한섬이 의류제조업에서 사업을 시작한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브랜드를 수입하는 유통업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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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자체 패션브랜드 '데이즈' 제품을 입고 있는 모델들. |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꾸준히 자체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원가가 높아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이지만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면 시즌에 맞게 기획과 생산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2011년 국내 패션브랜드 '톰보이'를 인수했는데 2016년 매출의 12%, 영업이익 1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자회사로 키웠다. 지난해 톰보이를 스튜디오톰보이로 리뉴얼했고 올해 매출을 1200억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의 SPA브랜드 데이즈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데이즈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으로 기획과 생산을 맡고 있다. 데이즈는 지난해 매출 4680억 원 올리며 국내 SPA브랜드 가운데 유니클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브랜드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첫 자체 남성복브랜드 ‘맨온더분’을 론칭했고 지난해 출시한 남성복브랜드 ‘코모도’의 매장을 올해 상반기만 19개를 열기로 하는 등 남성복 자체브랜드 강화에도 나섰다. 올해 7월에 자체 핸드백브랜드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송하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브랜드를 유통하는 기업에서 자체브랜드를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자체브랜드의 성장세가 가파르고 7월에 론칭이 예정된 자체 핸드백브랜드의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