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이 장기보험에 주력해 실적개선을 이끌고 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2일 “메리츠화재는 지난해까지 자동차보험보다는 장기보험에 주력했다”며 “삼성화재가 12월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면서 자동차보험에 주력했던 중하위권 손해보험사들이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메리츠화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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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
김 사장은 2015년 1월에 취임한 이후 장기보험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기준으로 매출에 해당하는 원수보험료 가운데 장기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이른다. 자동차보험이 12%, 일반보험이 8%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시장은 손해보험사별로 상품 자체에 특성이 있기보다 가격경쟁력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시장이 경직돼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신시장 개발의 여력이 많고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장기보험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장기보험 확대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보험의 인수심사를 완화하면서 가입자 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인수심사를 완화하면 손해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 달리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상품의 손해율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말 기준 장기위험손해율은 90.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심사기준을 완화해 가입자 수를 늘렸는데도 손해율이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양질의 계약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선별기준을 정교하게 다듬었기 때문”이라며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전략과 노하우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인구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어린이 가입보험 고객이 점자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 장기보험 가운데 유병자보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유병자보험이란 당뇨나 고혈압,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특화된 보험상품이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유병자보험시장의 규모는 월 40억 원으로 2015년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김 사장은 유병자보험 대상자의 가입 가능한 나이를 45세로 낮추고 보험기간도 업계 최장 기간인 20년 만기를 새로 만들었다.
올해 들어 가입 가능한 질병군 역시 기존 11종에서 자궁경부암, 골다공증, 절단, 소화기질환 등을 추가해 15종으로 확대했다. 업계 최다 질병군을 다루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보험상품이 자동차보험보다 계약기간이 길어 보험료 납입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보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장기보험에서 찾고 있다”면서 “메리츠화재는 가입자의 문턱을 낮춰 공격적인 영업을 보이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