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을 위해 기업공개(IPO)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두고 고심하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생명이 앞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데다 기업공개의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 방식으로는 자본확충 효과가 작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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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은 애초 자본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에는 흥행 불확실성 및 발행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가운데 한화생명에 이어 두번째로 신종자본증권 발행한다. 교보생명은 5억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한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길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교보생명 수준의 생명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연 5%대의 금리를 줘야한다는 평가가 우세해 이자비용으로만 상당규모의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악화되고 있는 생명보험업황을 감안해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지도 미지수였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자본확충을 위해 ING생명처럼 상장하는 방안과 한화생명처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방안 등을 두고 두 경쟁회사의 결과를 확인한 뒤 선택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과 2위권 다툼을 펼치고 있는 한화생명이 생명보험사 최초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 것을 확인한 뒤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앞서 5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성공리에 발행했다. 수요예측에서 발행물량을 넘는 5550억 원어치의 매수주문이 이뤄져 발행금리는 4.582%로 결정됐다.
기관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면서 발행금리가 예상보다 낮아졌다. 저금리 상황에서 금리수준이 높고 30년 만기에도 5년 콜옵션이 붙어있어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해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높은 글로벌 신용등급을 받은 만큼 3%대의 발행금리를 기대하고 있다”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자본확충방안 가운데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의 경우 ING생명처럼 흥행에 성공할 지가 불확실한 데다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 방식으로는 자본확충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ING생명 상장의 흥행요인으로 꼽히는 지급여력비율과 배당성향 등에서 ING생명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ING생명은 2015년 59.9%, 2016년 57.6%의 배상성향을 나타낸 데 이어 상장 이후에도 50%를 웃도는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앞세워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교보생명은 꾸준히 배당성향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15% 내외의 배당성향이라는 점에서 ING생명과 차이가 크다.
ING생명은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인 319%를 나타냈지만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14년 271.33%에서 2015년 259.85%, 지난해 말 233.8%로 하락세다.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확충을 하기 위해서는 신주발행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의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교보생명 지분이 39.45%를 보유하고 있다. 높은 지분율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구주매출하거나 신주발행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확충 효과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업공개는 시장상황 등을 살피며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는 2021년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기업공개를 급박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