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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화테크윈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분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체제 전환의 포석을 놓기 위해 자회사부터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화테크윈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상방산사업과 에너지장비사업, 산업용장비사업부를 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한화테크윈 종속회사가 분할해 새로 설립되는 법인 3곳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단순·물적분할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며 분할기일은 7월1일이다.
한화테크윈은 물적분할로 방산사업을 하는 한화다이나믹스(가칭), 에너지장비사업을 하는 한화파워시스템(가칭), 산업용장비사업을 하는 한화정밀기계(가칭)를 모두 100% 자회사로 보유하게 된다.
한화테크윈 존속법인은 항공기엔진과 감시카메라, 산업용로봇 사업을 담당한다.
한화테크윈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각 사업부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적분할하기로 했다”며 “조직의 규모를 축소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테크윈은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있는데 분할 신설법인은 기업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한화그룹이 방산사업을 재편하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에 한화와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방산계열사 4곳의 사업영역을 재조정했다.
각 계열사에 분산됐던 사업영역을 통합하고 재분배해 사업경쟁력을 높이고 앞으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의도였다.
한화그룹이 이번에 한화테크윈을 물적분할하면서 기업들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한 것도 이런 의도가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이 향후 한화그룹을 지주사체제로 바뀌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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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우 한화테크윈 항공·방산부문 대표이사(왼쪽), 이만섭 한화테크윈 시큐리티부문 대표이사. |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화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는 한화의 지분을 18.84%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한화S&C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은 25.21%까지 늘어난다.
김 회장은 한화를 통해 한화테크윈과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한화건설, 한화호텔&리조트 등 주력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가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각 계열사간 지분구조도 얽혀 있어 지주회사 역할을 할 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현재 롯데그룹 등 재계는 국회에서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주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주회사체제를 갖추는 데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향후 지주사체제 설립이 본격화할 경우 한화그룹은 자회사와 손자회사, 증손회사 등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주사체제에서 한화테크윈 등 자회사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미리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데 나섰다는 관측이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