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희망퇴직을 연거푸 실시해 인력구조의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7월경 추가로 희망퇴직자를 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5월에 310명의 인력을 내보낸데 이어 2개월 가량 만에 다시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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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의 인력구조는 일반 행원보다 간부가 많은 역피라미드에 가깝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원도 600명으로 다른 은행보다 많다.
신한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간부급 직원이 136명이고 KB국민은행은 300명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250여 명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 대부분이 희망퇴직으로 퇴사해 현재 18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희망퇴직자 신청대상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임금피크제 대상인 53세 이상인 고호봉 책임자급이 주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통상 근속연수가 길기 때문에 역피라미드형 구조나 항아리형 구조가 나타난다”면서 “추가 희망퇴직을 놓고 정확한 일정이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희망퇴직을 한 차례 더 받아서 조직의 모양을 가다듬은 뒤 인력구조 선택의 폭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역피라미드형 구조에서는 높은 급여를 줘야하는 간부가 많은 만큼 인건비가 매년 상당한 규모로 나가게 된다.
이 때문에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인력 비효율을 한번 바로 잡으면 1년반에서 2년반 뒤에는 더 큰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올해 초 연임이 확정되고 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임금피크제 직원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기거나 새 역할이 적합하지 않다면 인력구조조정 기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에 얽매여 있어서 희망퇴직 위로금 규모를 자율적으로 책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이루면서 이 행장은 인력구조 개편에 필요한 만큼 비용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이 1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점도 인력재편의 기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에 순이익 6375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8% 늘어났고 2011년 2분기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통상 희망퇴직을 한번 실시하면 위로금 등 상당한 규모의 일시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적 악화를 우려하면 섣불리 시도하지 못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좋고 여유가 생기면 거대 비용이 들어가는 인력 구조조정을 고려하게 된다”면서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