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사내 하청 근로자도 정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법원이 현대자동차 이어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도 회사와 직접 고용관계를 인정하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25일 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49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기아차와 파견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기아차 근로자 가운데 345명은 직접고용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사내하청 근로자 123명도 기아차의 고용의사 표시의무를 인정받았다.
기아차는 밀린 정규직 임금과 손해배상금을 포함해 모두 15억8천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기아차는 사내하청 근로자의 출퇴근 상황을 비롯해 근태 인원배치 현황을 파악했고 작업 휴가기간 뿐만 아니라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등을 결정했다”며 “일부 공장에서 기아차 소속 근로자가 담당하는 공정을 다른 공장에서 사내하청 근로자가 수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내협력업체들은 고유기술이나 자본을 업무에 투입하지 않았고 기아차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했다”며 “사내협력업체가 전문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거나 고유하고 특화된 업무를 도급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동차 생산공정중 일부를 특정해 사내협력업체에 도급했을 뿐이므로 사내하청 근로자들과 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아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재판부로부터 정규직 근로자 지위를 갖게 된 근로자는 총 468명이다. 재판부는 원고 가운데 이미 새로 채용된 28명에 대해서 소를 각하했다. 또 사내하청 근로자중 2년 이상 근무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원고 1명에 대해서도 기각판결했다.
재판부는 금전청구와 관련해 15억8042만 원을 기아차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년 이상 근무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간주됐거나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시점부터 사내하청 근로자들과 기아차 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해당한다.
이밖에 원고 가운데 임금지급을 청구한 169명은 기각판결을 받았다. 또 기아차 사내협력업체는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총 933만 원을 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지급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과 심야할증수당 청구는 기각됐다.
기아차 사내하청근로자들은 2011년 7월 정규직 근로자 지위인정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3년3개월 동안 사측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이어왔다.
법원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과 19일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총 1179명에 대해 정규직 지위를 인정한 적이 있다.
법원이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정규직 인정 판결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유사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소송 외에도 삼성전자서비스 사내하청업체, 현대하이스코, 한국GM 등을 피고로 하는 유사사건들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