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금융그룹 선두 재탈환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조기대선에 따른 새 정부 출범이라는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실적을 앞세워 연임의 청신호를 밝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 윤종규, 신한금융 추격 속도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이 KB금융자주의 신한금융지주 추격에 속도전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 임기는 11월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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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에서 신한금융그룹과 순이익 격차가 6311억 원이었는데 윤 회장은 올해 1분기부터 발 빠른 행보로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KB손해보험와 KB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삼는 방안은 하반기 이후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윤 회장은 5월12일까지 공개매수를 하고 7월 초에 잔여지분의 주식교환을 통해 마무리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실적이 3분기부터 KB금융지주 실적에 100% 반영되면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11월 전에 KB금융의 순이익은 한단계 더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1조6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 만큼 윤 회장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말도 나온다.
윤 회장은 줄곧 강조해왔던 성과주의 문화와 관련해 갈등을 빚던 노조와 관계도 직접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인수합병 등으로 빠르게 덩치를 불린 KB금융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손해보험 등을 자회사로 편입해 실적을 100% 반영하게 되면 하반기부터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격차는 매우 좁아질 것”이라며 “여기에 유가증권 매각 등이 더해진다면 선두탈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KB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4627억 원 규모의 금호타이어와 포스코, SK 등의 주식도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해 올해 실적에 최대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윤 회장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8천억 원가량의 KB금융지주 자사주를 아낀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이를 활용해 KB생명보험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윤종규, 정권교체에도 연임 청신호 밝힐까
윤 회장이 KB금융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배경에는 연임가도에서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윤 회장은 지난해 KB금융의 순이익을 2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5년 만에 2조 원을 넘었고 인수합병 등으로 비은행부문을 강화해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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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왼쪽부터 두번째)이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세번째)과 윤경은 KB증권 사장(첫번째), 전병조 KB증권 사장(네번째)과 대화하는 모습. |
여기에 KB금융 안팎의 갈등을 잠재우고 금융그룹 1위 자리를 9년 만에 되찾는다면 윤 회장의 연임은 탄탄대로나 마찬가지다.
조기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기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5월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윤 회장의 마지막 임기 6개월은 새 정권의 초기 6개월과 겹친다. 새 정권이 들어선 뒤 보은인사 또는 낙하산 인사 등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또 다시 KB금융에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KB금융 내부에서 윤 회장과 KB금융의 수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만큼 존재감이 뚜렷한 인사가 없는 만큼 오히려 윤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정치권 인사가 비집고 들어올 틈도 크다는 말도 나온다.
윤 회장은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실적을 앞세워 연임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배구조를 확실하게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윤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낸 만큼 아직 승계 구도가 다른 금융그룹처럼 공고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윤 회장은 여러 변수가 나타날 수 있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가장 기본인 실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