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필 에이블씨엔시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정체의 탈출구를 모색하다 결국 두 손을 들었다는 말이 나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보유하던 에이블씨엔씨 지분 29.31% 가운데 25.53%를 최근 투자회사 비너스원에 넘긴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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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 |
우선 에이블씨엔씨가 최근 수익회복에 고전한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매출이 4346억 원으로 전년보다 6.5% 늘었다. 하지만 2012년과 비교하면 3.9%가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243억 원으로 2012년 기록한 536억 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미샤는 업계 1위를 2013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내줬다. 2014년 1분기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에 밀려 3위에 주저앉았다.
이런 부진에 에이블씨엔씨 주가도 곤두박질 쳐 2012년 9만 원에 육박하다 현재 2만 원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서 회장이 이런 수익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상품전략을 내놓기도 했지만 역부족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화장품 유통구조의 중심이 최근 헬스앤브랜드숍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데 자금적으로 어렵다고 봤을 수 있다.
국내 화장품시장은 2002년 국내 최초로 론칭한 미샤를 시작으로 십 수년째 브랜드숍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하지만 최근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숍 시장규모가 무섭게 커지기 시작하면서 유통구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통 대기업들의 투자확대로 헬스앤뷰티숍은 브랜드숍을 빠르게 침식할 것”이라고 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성이 높은 헬스앤뷰티시장은 탐스러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CJ그룹의 올리브영이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한 가운데 GS리테일의 왓슨스, 롯데그룹의 롭스 등 역시 치열한 물밑경쟁을 펼치고 있다.
헬스앤뷰티숍의 강점은 다양한 중소 브랜드 제품을 갖췄다는 점이다. 최근 화장품시장은 다원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클리오와 닥터자르트, 메디힐 등 중소브랜드들을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유통채널은 헬스앤뷰티숍뿐이다.
국내 헬스엔뷰티숍시장의 규모는 2020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규모는 1조5천억 원 수준이다. 도심에 위치하고 10~30대 여성이 주고객이라는 점에서 브랜숍과 영역이 겹친다.
이 때문에 기존 화장품회사들도 변신에 나서고 있지만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필요한 만큼 서 회장으로서는 한계를 느꼈을 수 있다.
잇츠스킨이 모회사 한불과 합병을 통해 종합화장품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고 헬스앤브랜드숍 왓슨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LG생활건강 역시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숍 대신 기존의 16개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자체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매장 수 100개를 돌파하고 연말까지 26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