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재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중은행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17일 “국민연금이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에 찬성하기로 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신청할 가능성은 크게 감소했다”며 “은행들은 감액손실 및 충당금 추가적립 부담은 있지만 일시적 손실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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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 참석자들이 17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건물에서 접수를 하고 있다.<뉴시스> |
국민연금은 17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정부가 제안한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뒤 17일 열린 세차례의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은 모두 통과됐다.
18일 열리는 두차례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채무재조정안이 모두 통과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적 채무재조정에 들어간다. 한 차례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사전회생계획제도를 신청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사전회생계획제도를 신청할 경우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대출채권과 회사채의 90%를 출자전환하고 자산건정성분류상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돼 위험노출액 전액을 추가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무담보채권뿐 아니라 담보채권까지 포함한 시중은행 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7천억 원가량이다.
이 경우 시중은행들이 조선업뿐 아니라 해운업과 철강 등 다른 업종에도 돈을 빌려주는 데 망설이게 돼 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유 연구원은 “자율적 채무조정이 진행되면 다른 조선업체 및 다른 업종으로 추가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파악했다.
채무재조정안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무담보채권 7천억 원 가운데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늦춰준다. 대우조선해양이 신규수주를 할 경우 5억 달러(약 5500억 원)규모로 선수금환급보증(RG)도 담당한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들은 무담보채권의 80%를 출자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감액손실과 선수환급금보증(RG) 5억 달러 지원에 따른 추가 대손충당금이 실적에 반영된다.
은행권은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유지하기로 했다. ‘요주의’로 분류된 여신의 경우 19%까지 충당금을 쌓는데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19%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출자전환한 주식의 경우 2분기 결산 때 회계법인으로부터 공정가치를 평가받은 뒤 손실분이 실적에 반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주당 4만4800원에 주식거래가 정지됐는데 회계법인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출자전환 주식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주당 가격의 차이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1분기 실적발표일에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손실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이를 반영해 수정실적을 공시할 것”이라며 “다만 대우조선해양 이슈는 일회적인 요인인 데다 1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