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니그룹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원칙대로 중국의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최종 매각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아 보인다.
|
|
|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 관계자는 17일 “박삼구 회장에 컨소시엄 허용은 불가하다는 공문을 보냈다”며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원칙대로 19일 이후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12일 산업은행에 컨소시엄 허용과 매매조건 확정을 놓고 17일까지 최종입장을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산업은행은 조건없는 컨소시엄 구성은 안 된다는 기존방침을 그대로 유지했다.
산업은행은 법적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블스타와 매매조건을 담은 확약서를 박 회장에게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입장도 그대로 고수했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최종적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하면서 이번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17일 산업은행의 통보 이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하겠냐”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기한을 19일까지로 제한했는데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원칙대로 19일 이후 중국의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아 보인다.
6개월 안에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완전히 마무리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우선매수청구권 조건에 따라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6개월 안에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더블스타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는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다시 효력을 얻는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인수금액 9550억 원 가운데 7천억 원 이상을 외부에서 끌어올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6개월 안에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더블스타가 인수자금을 마련한다 해도 금호타이어 상표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유하고 있는데 박 회장의 의지에 따라 상표권 문제가 협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과 노조가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로 매각을 반대하는 점도 산업은행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3주 뒤로 다가온 만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등이 호남표를 의식해 금호타이어 매각문제를 정치이슈로 삼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산업은행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중단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박 회장이 매각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정소송을 벌이며 금호타이어 매각을 지연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 측은 수차례 법적대응을 언급하며 소송 가능성을 열어뒀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역시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관련부서에 소송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17일 “현 상황에서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소송은 마지막까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955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업계에서는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이처럼 높은 수준의 가격이 다시 매겨지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더 저렴한 가격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해야할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