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국전략 본사부지 초고가 인수 이후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컨소시움으로 입찰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시가총액이 11조 원이나 증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한전부지 인수의 당위성을 해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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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하지만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뚜렷한 주가 방어 전략을 내놓기 전까지 계열사 주가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주가는 23일 직전 거래일보다 하락한 19만1500원, 24만7500원, 5만33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계열사 3사의 주가는 지난 18일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낙찰 이후 현재까지 각각 12.2%, 11.9%, 8.2%씩 떨어졌다.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등 주요 투자자들이 계열사 3사의 주식매도에 나선 것이 주가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계열사 3사는 한전부지 입찰 이후 줄곧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순매도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계열사 3사에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가하락으로 손해가 막심하다. 국민연금의 경우 계열사 3사에서 모두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데 이번 주가 하락으로 손실액이 7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투자자들의 매도행렬이 이어지자 국내외 증권사들은 계열사 3사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KTB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계열사 3사 목표주가를 낮췄다. 특히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목표주가를 20%씩 낮춘 24만 원, 31만2천 원, 6만6천 원을 제시했다.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노무라(22만 원) HSBC(22만 원) JP모건(23만 원)도 현대차 목표주가를 낮췄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현대모비스도 36만 원에서 28만 원으로, 기아차의 경우 6만2천 원에서 6만1천 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에르스테그룹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현대차에 ‘매도’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아직 국내 증권사 중 현대차그룹 계열사 3사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놓은 곳은 없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3사 주가를 둘러싼 우려가 높아지자 주요 투자자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전부지 인수와 관련한 해명에 적극 나섰다.
계열사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한전부지 인수 가격이 비싼 게 아니며 한전부지를 인수하고도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다는 게 해명의 요지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이미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낙찰 받은 후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등 효과적 주가 방어 전략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원래 배당성향이 낮았는데 한전부지 인수로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며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본 주주들을 위해 배당확대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주주총회에서 논의 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