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지원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14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 5명의 3차 공판에서 공개한 최 부회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최순실씨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해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협회를 통한 것이 아니라 삼성에서 직접 지원해 문제가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내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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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의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최 부회장은 “지난해 승마훈련비용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박상진 사장의 보고를 받은 후 언론에서 문제가 돼 정리하고 있다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간단히 보고했다”며 “이 부회장은 그때 처음으로 최씨와 정유라씨 지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당황하는 기색이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내가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이 부회장은 후계자로서 삼성 경영에 영향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며 “중요 현안을 놓고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지 보고하고 지시받는 관계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최 부회장 진술을 두고 ”일반적으로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실무 책임자의 전형적인 총대메기 모습”이라며 “총수 지시가 없었다면 이런 비정상적 업무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오리온그룹, 한화그룹, 한보그룹, 대우그룹 등 우리나라에서 총대메기가 쟁점이 된 사건이 꽤 많다”며 “이 부회장처럼 직접 증거가 덜했음에도 간접사실로 모두 대기업 총수 책임이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다음주부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들 재판에 속도를 낸다. 매주 두 차례만 열던 공판이 4월3주차부터는 세 차례씩 열린다.
특검법에 따르면 기소 뒤 석달 안에 1심을 선고해야하는 데 특검이 이 부회장을 2월 28일 기소했기 때문에 5월말까지는 결론이 나야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주 2회 공판으로는 기한 내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판횟수를 늘렸다.
특검은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에 승마훈련을 위한 용역비 및 말 구입 비용 명목으로 지원한 78억 원과 213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부정청탁에 대한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했을 뿐 부정한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