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을 놓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보다 더 크게 양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갈 경우 산업은행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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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 |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지원방안을 놓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이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할인을 앞세워 시중은행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성공할 경우 수출입은행은 영구채 금리를 3%에서 1%로 낮춰 연간 460억 원가량의 이자를 덜 받게 된다.
산업은행은 그밖에 시중은행이 요구한 추가감자나 출자전환 주식가격할인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함께 이중보증 형태로 우선적으로 5억 달러규모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서기로 했지만 사실상 돈을 물어주는 주체는 시중은행인 만큼 산업은행이 추가 부담을 안았다고 보기 힘들다.
사실상 수출입은행의 추가적인 희생을 기반으로 시중은행의 동의를 이끌어낸 셈이다.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의 5억 달러 한도가 모두 떨어지면 산업은행과 함께 20억 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지원하는데 수출입은행은 그 가운데 14억 달러를 담당하기로 했다. 산업은행보다 2배 이상 많다. 산업은행의 보증규모는 6억 달러에 그친다.
수출입은행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때부터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부담을 떠안았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지원금 2조9천억 원을 산업은행과 1:1비율로 지원하기로 했다. 2015년 10월 4조2천억 원 지원을 결정할 때 산업은행과 4:6비율로 지원자금을 나눈 것과 사뭇 다르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추가적으로 출자전환하기로 한 무담보채권도 수출입은행 비중이 월등히 높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합쳐서 1조6천억 원규모의 무담보채권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는데 그 가운데 수출입은행 채권규모가 1조2800억 원에 이른다. 산업은행보다 4배 많다.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과 달리 영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만큼 단순 수치비교는 힘들지만 이를 감안해도 규모의 차이가 크게 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실패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수출입은행이 산업은행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더 큰 부담을 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채권은행으로 2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대출 1조6천억 원, 영구채 1조 원, 선수금환급보증(RG) 6조6천억 원 등 10조 원에 가까운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을 지니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조 원 정도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위험노출액 규모와 맞먹는다.
특히 선수금환급보증 규모가 7조 원에 육박해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에 들어갈 경우 대규모의 선수금을 물어주며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관련 선수금환급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연결기준으로 30조 원대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산업은행의 출자를 기다리는 입장이라 협상력이 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은 자본확충을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 원가량의 출자를 받을 계획을 세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성공할 경우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 규모는 1조1천억 원 수준이 되겠지만 P플랜으로 갈 경우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