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미루기로 결정한 데에는 과점주주 지배체제의 안정도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주사 전환을 최대 과제로 삼았지만 결국 과점주주의 뜻에 따라 결국 이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
|
|
▲ 이광구 우리은행장. |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성공한 뒤 새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행장은 지주사 전환의 시기를 올해 안으로 잡으면서 경영전반을 부행장들에 맡기고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그런데 지주사 전환의 시기를 미루기로 하면서 이 행장이 과점주주들과 이해충돌 속에서 지주사 전환을 늦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우리은행에 과점주주체제가 갖춰진 첫해인 만큼 이 행장이 과점주주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은 이 행장이 지주사 전환을 너무 빠르게 진행하는 점을 놓고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우리은행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던 과점주주들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사모펀드(PE) 등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결정할 때 우리은행 채널을 활용한 연계영업도 염두에 두고 투자했는데 우리은행이 보험이나 증권에 뛰어드는 것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증권사와 보험사, 캐피탈사 등 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곳들을 인수합병해 지주에 편입할 가능성이 높다.
과점주주들은 우리은행과 협업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행장에게 지주사 전환 시기를 늦추라고 요구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포천-화도 고속도로 시공을 위한 금융주관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통상 민간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의 금융 주선은 증권사보다 은행들의 참여율이 높았던 만큼 우리은행이 한국투자증권 쪽에 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은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 신용보험상품 등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한 뒤 보험사와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게 된다면 이런 사업의 기회를 우리금융지주사 안에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보통 지주사들은 지주사 안의 계열사끼리의 시너지를 강조하기 마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이 지주사 전환을 미루는 데 세금문제 등을 거론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며 “양도차익 과세문제는 몇달 더 연기한다고 해서 바뀌는 사안이 아닌 만큼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