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신규수주 선박의 선수금환급보증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채권자집회 결과에 따라 이번 신규수주의 선수금환급보증을 맡는 기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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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따낸 신규수주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서로 미루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신규수주를 놓고 선수금환금보증을 어느 기관이 맡을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시중은행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4일 그리스 해운사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을 2억5천만 달러(약 2800억 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업체가 발주업체로부터 선수금을 받을 때 필요한 보증으로 선수금환급보증을 맡은 금융기관은 조선업체가 배를 인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선수금을 대신 물어줘야 한다.
선수금은 보통 수주금액의 10~20% 수준에서 정해지는데 이번 수주의 경우 280억~560억 원가량의 보증을 서야하는 만큼 금융기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선수금환급보증은 그동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맡아왔다.
정부가 2015년 11월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을 결정하면서 국책은행이 신규 선수금환급보증을 담당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3월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시중은행들도 선수금환급보증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는데 시중은행들은 자율적 채무조정의 성공을 전제로 5억 달러(약 5600억 원)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을 국책은행에 앞서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율적 채무조정의 성사여부가 결정 나기 전에 대우조선해양이 신규수주를 따내면서 선수금환급보증 순서가 모호해졌다.
시중은행의 경우 먼저 선수금환급보증을 떠안았다가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에 들어가면 그만큼 손해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성공하면 시중은행에 선수금환급보증을 넘길 수 있어 굳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월 말 따낸 수주의 선수금환급보증은 산업은행이 맡았다”며 “이번 수주의 선수금환급보증은 어떤 기관이 맡을지 정해지지 않아 금융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발주업체는 금융기관의 선수금환급보증을 바탕으로 조선업체에 선수금을 지급한다. 선수금환급보증이 늦어지면 발주업체의 선수금 지급도 그만큼 늦어지는 셈이다.
선수금환급보증은 보통 계약을 맺은 뒤 한달 안에 이뤄진다. 17일과 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의 결과에 따라 이번 수주의 선수금환급보증을 맡는 기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자율적 채무조정에 성공할 경우 산업은행이 시중은행에게 선수금환급보증을 요구할 명분이 생기지만 실패할 경우 명분이 사라지면서 국책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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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최악의 경우 국책은행조차 선수금환급보증을 맡지 않아 수주가 취소될 수도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되 합의 실패 시 P플랜이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을 이전보다 더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대규모의 선수금 환급이 예상되는 만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새로운 선수금환급보증을 맡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4조 원과 8조 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선수금환급보증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수주의 선수금환급보증과 상관없이 이번주 안으로 정부의 지원방안에 동의한다는 시중은행의 협약서를 받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